보르네오섬에 사는 바다의 유목민 바자우족 | 인간과 바다

적도 가까이 위치한 나라 말레이시아(Malaysia). 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를 가운데 두고 서쪽으로는 말레이반도의 남쪽, 동쪽으로는 보르네오 섬 북부로 국토가 나누어져 있습니다.

말레이반도에는 말레이시아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 쿠알라룸푸르는 동서양의 건축물과 다민족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반면, 동말레이시아로 구분되는 보르네오 섬(Pulau Borneo) 북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시아의 아마존이라 불릴 만큼 원시의 밀림과 대자연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 위에서 살아가는 바다의 마지막 유목민 바자우 족 사람들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 위에서 살아가는 바다의 마지막 유목민 바자우 족 사람들, 사진: EBS

보르네오 섬 북동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셈포르나(Semporna). 다양한 어종과 어획량으로 셈포르나 주변 바다는 황금어장이라 불립니다. 그래서 이 지역의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셈포르나는 인근의 섬들이 해양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섬 투어를 위한 해상교통의 요충지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셈포르나에서 뱃길로 1~2시간을 달려가면 닿을 수 있는 섬이 있는데, 이 주변으로 수상가옥 마을이 나타납니다. 이곳은 바다의 집시, 바다의 유목민이라 불리는 소수부족 바자우(Bajau) 족의 마을입니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인도네시아 주변 바다에서 살아가는 바자우 족은 배 위에서 생활하며 떠돌이 생활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점차 흐르면서, 섬 주변 수심이 얕은 바다 위에 나무로 집을 짓고 살아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적이 없어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으며 자신들만의 생활 방식으로 바다 위에서 삶을 살아가는 바자우 족. 바다 위에서의 생활은 불편한 것이 많습니다. 바자우족은 나무로 지어 올린 작은 집에서 할머니부터 손자들까지 대식구가 함께 생활합니다. 물 위에서 살지만 정작 사용할 물은 부족하기 때문에, 쪽배에 물통을 싣고 인근 섬까지 가서 식수와 생활용수를 긷는 수고를 더해야 합니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는 오히려 바자우 족 마을 사람들에게는 반갑기만 합니다. 비가 내리면 집집마다 크고 작은 통을 꺼내놓고 빗물을 받아 빨래와 청소를 합니다.

바다에서 태어나 죽기 전까지 바다 위에서 생활하는 그들에게 바다는 삶 그 자체입니다. 바자우 족이라면 걸음마를 시작하기 전부터 헤엄치는 것부터 배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잠수에 능합니다. 물속에서 사용하는 작살총을 들고 잠수를 하며 물고기와 조개를 잡습니다. 바자우 족의 남자아이들은 10살 무렵부터 바닷속에서 사냥하는 법을 배운다고 합니다. 이제 막 10살이 된 동생에게 잠수하는 법과 물속에서 작살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큰 형. 모든 바자우 족이 잠수를 하며 사냥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해 동생을 가르칩니다.

바다 위에서 해초 농사를 짓고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버려진 플라스틱 물병에 아갈아갈이라 불리는 해초를 매달아 바다 위에서 키워낸다는 사람들. 아갈아갈은 채소를 구할 수 없는 바다에서 바자우 족에게 중요한 해초이자 약초이기도 합니다. 양식으로 키워낸 아갈아갈은 햇볕에 말린 뒤 상인들에게 판매해 수익을 얻습니다.

반면, 올해 17살이 된 바자우 족의 소년 제내는 아버지처럼 어부가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어부로는 가난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라는데. 바자우 족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지만 가족과 부족을 위해 공부를 해서 회계사가 되고 싶다는 바자우족 소년 제내.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매일 밤마다 공부에 매진 중입니다.

바다의 마지막 유목민, 바자우족

바다에서 태어나 죽기 전까지는 바다 위에서 살아간다는 바다의 마지막 유목민 바자우 족. 전통을 지키며 바닷속에서 사냥을 하고 고기를 낚아 올리며,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바자우 족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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