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톰(Ankor Thom)은 세계 7대 불가사의라 불리는 앙코르 와트(Ankor Wat),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 ‘툼레이더(Lara Croft: Tomb Raider, 2001)’ 촬영지로 유명한 타 프롬(Ta Prohm)과 함께 앙코르 유적을 대표하는 유적지입니다. (지난글: 캄보디아의 정체성, 앙코르 와트 유적지 | 시엠립 앙코르와트 여행)
시엠립 앙코르 와트 여행
크메르의 중심, 앙코르 톰
앙코르 톰의 앙코르는 ‘도시’, 톰은 ‘크다’는 뜻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크메르 제국의 중심이 되는 거대 도시였습니다. 앙코르 와트 입구에서 북쪽으로 2km 정도 떨어져 있는 앙코르 톰은 높이 8m, 가로세로 각각 3km에 이르는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앙코르 톰 남문을 지나면 바이욘 사원을 비롯해 바푸온 사원, 코끼리 테라스, 프레아 팔릴레이, 피메아나키스 사원 등 다양한 크메르 건축물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앙코르 톰의 가운데 위치한 바이욘 사원의 동서남북으로 도로가 뻗어있고, 도로가 성벽과 만나는 곳마다 독특한 형태의 탑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왕궁에서 동쪽으로 뻗은 도로가 성벽과 만나는 곳에도 문이 있어 총 5개의 문이 있습니다.
위대한 왕의 도시
앙코르 톰은 12세기 말 크메르 제국의 자야바르만 7세(Jayavarman VII, ជ័យវរ្ម័នទី៧)에 의해 건설되었습니다. 자야바르만 7세는 크메르 제국의 가장 위대한 왕으로 평가받는 왕으로 그가 넓힌 영토는 동쪽 베트남에서 북쪽 라오스, 서쪽 태국에 이를 정도로 제국은 황금기를 맞습니다.
앙코르 톰 또한 당시 베트남 지역을 다스리던 ‘참파’가 제국의 수도를 기습해 폐허가 됐던 지역을 철저한 계획하에 다시 건설한 곳입니다. 자야바르만 7세는 복수를 위해 수차례 참파를 침공했고, 결국 참파를 속국에 두게 됩니다.
또한, 불교에 심취해 빈민 구제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제국 영토 곳곳에 102개가 넘는 병원을 개설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앙코르 유적으로 들어서는 초입에는 현재 그의 뜻을 기리는 뜻에서 ‘자야바르만 7세 어린이 병원’이 운영되고 있기도 합니다.
앙코르 톰의 중심 ‘바이욘’
앙코르 톰의 중심에 바이욘(Bayon, ប្រាសាទបាយ័ន) 사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이욘에는 앙코르 와트나 다른 사원들과 달리 벽이나 해자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앙코르 톰, 그 자체가 그 역할을 대신 하고 있습니다. 바이욘은 힌두교와 불교에서 세계의 중심에 솟아있다는 상상의 산인 수미산(須彌山, 메루산)을 의미하고,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는 바다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크메르의 미소’
바이욘 사원에 들어서면 사람 얼굴 모양을 한 수많은 탑을 볼 수 있습니다. 탑의 네면에 2m 높이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는데, 모두 37개의 탑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습니다.
이 인면상은 누구의 얼굴인 것일까요?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을 본따 만들었다는 가설과 관세음보살의 형상이라는 가설이 있다고 합니다. 누구든 어려운 이들을 돌보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것은 같을 것입니다. 바이욘에 새겨진 수많은 얼굴들은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데, 그로 인해 ‘크메르의 미소‘라 불립니다.
찬란한 제국의 역사
바이욘 사원의 1층 회랑에는 너무나도 정교하게 새겨진 다양한 부조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전쟁에서 참파를 물리치는 자야바르만 7세의 행렬이나 치열했던 톤레 삽(Tonlé Sap) 호수의 전투 등 용맹했던 당시 크메르 제국의 모습을 비롯해 아기를 낳는 모습, 시장의 모습 등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조각들이 조금은 과장된 형태로 새겨져 있다.
부조를 따라 걷다보면 찬란했던 제국의 거리를 걷고 있는 상상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흥한 것은 반드시 쇠하기 마련’이라는 진리를 되뇌이게 됩니다. 크메르 제국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자야바르만 7세가 숨을 거둔 후, 찬란했던 영광을 뒤로한 채 제국은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짧았던 앙코르 유적지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급하게 시엠립을 방문한 탓에 여유가 없어 앙코르 와트와 바이욘 일대만 둘러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쉬움만 가득 남긴 채 여행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