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Indonesia) 서부 대순다 열도의 서쪽 끝에 있는 섬, 수마트라. 중앙부로 적도가 지나가며 화산 활동이 활발한 곳입니다.
특히 섬의 북단에 있는 아체주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이슬람 문화가 강한 지역으로, ‘동남아시아의 메카’로 불립니다. 2004년 쓰나미의 직격탄을 맞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 일명 ‘문어 섬’이라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인도네시아 최북단 섬 중 하나인 나시섬(Pulau Nasi)입니다.
총 1,500가구가 살아가는 작은 나시섬. ‘쌀’을 의미하는 ‘나시(Nasi)’가 섬 이름인 이곳은 예로부터 ‘나시섬에 가면 굶어 죽을 일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풍요로운 곳입니다.
동쪽으로 믈라카 해협, 서쪽으로 인도양과 접해 있는 섬은 주변으로 산호가 발달해 있어, 최근 현지인들이 다이빙 숨은 명소로 많이 찾고 있습니다. 외지인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이 산호 지대는 나시섬 주민에게는 대대로 내려온 일터입니다. 특히 이곳은 문어잡이로 유명한데, 섬에는 20여 명의 ‘문어 사냥꾼’이 있습니다.
섬에는 삼총사라 불리는 문어 사냥꾼이 있습니다. 바로 리달(32세), 무클리스(27세), 안디(17세)로, 섬에서 형제처럼 함께 지낸 이들이 한 팀으로 문어를 잡은 지는 올해로 7년째입니다. 나시섬 인근의 바닷속을 수경 하나만 끼고 맨몸으로 뛰어 들어가는 문어 사냥꾼. 이곳의 산호 지대를 샅샅이 뒤지며 문어를 잡습니다.
1kg에 6,000~7,000원 하는 문어는 다른 물고기보다 수입이 좋지만, 그만큼 문어 사냥꾼에게는 위험도 많습니다. 때론 5시간을 물속에 있어도 문어를 한 마리도 못 잡을 때도 있고, 때론 상어의 위협도 있습니다.
문어잡이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에게도 ‘금요일’은 금욕의 날입니다. 이슬람 관습법, 샤리아법이 적용되는 섬에서는 매주 금요일 바다로 나가는 모든 활동이 금지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새벽에 합동 기도회를 한 삼총사가 향한 곳은 바로 쌀 수확 현장. 보통 3모작을 하는 인도네시아지만 물이 부족한 나시섬에서는 우기가 시작하는 10월부터 3~4개월간 쌀을 생산합니다. 하지만 토양이 비옥해 그 양으로 섬사람들이 모두 자급자족할 수 있습니다. 수확철에는 마을의 어부들이 농부가 됩니다.
하지만 문어잡이를 천직으로 여기는 이들에게 농사는 지루하고 힘들 뿐. 다시 바다로 나간 문어 사냥꾼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바다를 누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