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의 인구대국(약 2억8천만명) 인도네시아(Indonesia)는 거대한 잠재 소비자로 인해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영화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관련글: 인도네시아는 어떤 나라인가?···인구·언어·경제·날씨·시간·수도)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살펴보기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의 역사와 시장규모
인도네시아의 영화산업은 인도네시아에서 최초로 영화가 제작된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최초로 제작된 영화는 네덜란드인 감독이 만든 무성영화 ‘Loetoeng Kasaroeng(1926)’입니다.
이후 인도네시아 최초의 영화로 기록된 Usmar Ismail 감독의 ‘Darah dan Doa(The Long March, 1950)’가 제작된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당시의 사회적, 정치적 이슈를 반영하는 대중 영화의 제작과 함께 영화 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한편, 영화 ‘Darah dan Doa’의 첫 촬영날인 3월 30일은 인도네시아에서 ‘영화의 날’로 지정되어 현재까지도 기념하고 있습니다. 또한 감독인 Usmar Ismail은 국민적 영웅으로 인도네시아 영화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하지만 이후 정치적 불안정과 검열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인도네시아의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하는 다양한 영화가 제작되면서, 인도네시아의 영화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게 됩니다.
인도네시아 영화위원회(BPI·Badan Perfilman Indonesia)에 따르면 외국 자본에 영화시장을 개방한 2016 이후 영화 관람객수는 매년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며, 2018년에는 연 관람객 수 5,000만명을 돌파하게 됩니다.
또한, 2012년 145개 영화관, 609개 스크린에 불과하던 영화관 규모는 2020년 517개 영화관, 2,145개의 스크린으로 급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강력한 사회적거리두기 정책이 실시되며 영화산업은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위기를 맞은 인도네시아 영화업계는 자구책으로 오프라인 영화관이 아닌 OTT(Over The Top) 플랫폼으로 눈길을 돌립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급성장 중이던 OTT 플랫폼에 발빠르게 탑승한 결과 자국에서만 인기있던 인도네시아 영화들이 전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됩니다. 그리고 2021년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인도네시아 영화 Yuni가 Platform Prize를, 2021년 르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Seperti Dendam rindu harus dibayar tuntas(그리움도 복수처럼 갚아줘야 하는 것)이 국제 황금표범상을 수상하는 등 변방에 머무르던 인도네시아 영화업계는 세계 무대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현지 박스오피스 분석업체 Bicara Box Office에 따르면 2022년에는 관람객 5,300만명 이상을 기록하며, 2019년 팬데믹 이전의 5,190만명을 넘어서며 급진적으로 회복중입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영화산업의 성장을 위해 ‘영화법’을 비롯해 다양한 정책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산업으로서 영화의 경제적 측면을 염두에 둔 ‘일자리창출법(옴니버스)’이 2020년 제정되면서 인도네시아의 영화산업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그 결과 2022년 개봉한 호러영화 크큰(KKN di Desa Penari)는 천만명 이상이 관람하며 역대 로컬 최고 흥행작에 올랐으며, 같은해 개봉한 ‘사탄의 숭배자2(Pengabdi Setan 2: Communion)’ 또한 640만명 이상이 관람하는 기록을 세웁니다.
인도네시아 영화 미디어업체 ‘Film Indonesia’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주요 영화 소비층은 20~34세의 청년층(51%)이고, 뒤를 이어 10~19세의 청소년층(33%)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소비되는 영화 장르는 드라마로 2010년대 전체 상영영화 중 46%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호러가 31%, 코미디가 16%, 액션과 스릴러, 어린이 영화가 각각 2%로 뒤를 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OTT 시장은 토종 OTT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국 TV드라마나 스포츠 경기 등 현지 TV 네크워크를 기반으로 성장한 RCTI+, Vidio, Vision+ 등 인도네시아 OTT가 시장점유율 1~3위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 핫스타(HOTSTAR.COM)를 비롯해 넷플릭스(Netflix) 등 글로벌 OTT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일례로 2021년 열린 인도네시아 영화제(FFI)에서 넷플리스 오리지널로 선보인 레가스 바누테자(Wregas Bhanuteja) 감독의 ‘복사기(Penyalin Cahaya)’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무려 12개 부문을 휩쓸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한국영화의 인기
인도네시아는 케이팝(K-POP)을 비롯해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련글:인도네시아의 케이팝 열풍···인도네시아는 왜 K-POP에 열광할까?) 이와 같이 한국 컨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영화를 상영하거나 리메이크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엽기적인 그녀’, ‘괴물’, ‘쌍화점’, ‘전우치’, ‘조작된 도시’, ‘비상선언’ 등 다양한 한국영화가 인도네시아에 상영되었고, ‘7번방의 선물’, ‘수상한 그녀’, ‘여고괴담’, ‘써니’, ‘과속스캔들’ 등의 한국영화가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한국 영화의 흥행에는 인도네시아 현지 진출에 성공한 CGV의 역할도 한몫했습니다. 2013년 현지 영화관 체인 ‘블리츠 메가플렉스’의 위탁경영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CGV는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성장을 거듭하며 73개의 영화관을 열며 2위 업체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케이팝(K-POP) 관련 컨텐츠를 강화한 것도 주요했습니다. ‘NCT 드림 더 무비 : 인 어 드림’이나 엑소 찬열이 주연한 ‘더 박스’, 아스트로 차은우가 조연으로 출연한 ‘데시벨’,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BTS: Yet To Come in Cinemas)’, 엑소 도경수가 주연한 ‘더 문’ 등이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시장조사업체 ‘Jakpat’의 ‘2022년 인도네시아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및 소셜미디어 동향(2022 Indonesia Mobile Entertainment & Social Media Trends)’에 따르면 한국 영화와 시리즈는 2022년 OTT 서비스에서 인도네시아 시청자 72%의 선택을 받아 자국 인도네시아(69%)를 넘어서며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위는 미국(60%), 4위는 영국(46%), 5위는 일본(42%)이 차지했습니다.
‘Jakpat’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영화와 시리즈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기가 높다. X세대는 미국 영화가 인기가 많고, Z세대는 영국 영화를 선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의 가능성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은 관람객수로 보면 아직 세계 17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2억8천만명의 인구를 바탕으로 거대한 잠재 소비자를 가지고 있는데다, 중위연령이 31.1세(’22, CIA)로 영화관람을 선호하는 젊은 층이 두텁습니다. 더욱이 군도 국가로 아직 영화관을 갖추지 못한 지역이 부지기수로 1인당 연평균 영화관람 횟수 또한 아직 1회가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 문화 정책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면서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은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로컬 천만영화가 탄생하는 등 현지 제작사와 투자사들의 노하우와 자금도 축적되면서 영화산업의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에 발전을 주목한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기획 프로그램 ‘인도네시아 영화의 르네상스’를 마련해 다양한 인도네시아 영화를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일 계획입니다.
2022 아시아프로젝트마켓 선정작 ‘가스퍼와의 하루(24 Hours with Gaspar, 2023)’를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이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가렛 걸(Cigarette Girl, 2023)’은 전 세계 최초 공개될 예정입니다. 또한 ‘자바섬으로의 순례(Tales of the Otherwords, 2016)’, ‘(불)건전한 연애(Posesif, 2017)’, ‘사라의 수난(Sara, 2022)’,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말하지 않는 것(What They Don’t Talk About When They Talk Ablut Love, 2012)’, ‘임페티고어(Impetigore, 2019)’ 등 7편의 장편과 5편의 단편이 상영됩니다.
인도네시아 영화의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한다면 오는 10월 4일(수)부터 13일(금)까지 영화의 전당 일대에서 열흘간 개최되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를 주목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