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온다(Malam Datang untuk Kita·The Night Comes for Us)’는 2018년 개봉한 인도네시아 액션/스릴러 영화입니다. (관련글: 인도네시아 영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인니 영화의 역사와 시장규모) 2018년 9월 22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매년 개최되는 판타스틱 페스트(Fantastic Fest)에서 처음 선보인 후 같은 해 10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었습니다.
영화 ‘밤이 온다’
인도네시아 영화 ‘밤이 온다’ 줄거리
마약, 인신매매, 무기거래 등 밀수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는 동남아 마피아조직 트라이어드(삼합회)는 밀수 루트를 관리하기 위한 단체를 만듭니다. 여섯 명의 남녀로 구성된 이 단체는 ‘식스 시즈(Six Seas)’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식스 시즈의 일원이던 주인공 이토(조 타슬림·Joe Taslim)는 어느 날 마약을 훔진 마을 주민들을 학살하던 현장에서 레이나라는 어린 소녀를 발견하고 조직을 배신하게 됩니다.
이후 고향인 자카르타로 돌아와 옛 여자친구였던 신타의 아파트에 몸을 숨깁니다. 신타는 이토의 상처를 치료하고 예전 이토와 함께했던 동료들을 부릅니다.
예전 이토의 동료였던 아리안(이코 우와이스·Iko Uwais)은 마카오에서 클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트라이어드는 그에게 이토를 죽이고 식스 시즈의 새 멤버가 될 것을 제안합니다. 그렇게 피비린내 나는 혈투가 시작됩니다.
‘밤이 온다’ 감상 포인트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그렇듯 인도네시아 또한 호러 영화가 인기입니다. 귀신과 악령이 등장하는 인도네시아 영화는 습하고 더운 날씨에 지친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등골 시린 공포를 선사하며 더위를 잊게 해줍니다.
영화 ‘밤이 온다’의 감독 티모 타잔토(Timo Tjahjanto)는 ‘밤이 온다’를 찍기 전 다수의 액션과 호러 영화를 연출한 바 있습니다. 호러가 인기인 인도네시아 영화산업과 감독의 전작을 고려하면서 ‘밤이 온다’를 감상할 때 다음과 같은 포인트에 주목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피튀기는 액션: ‘밤이 온다’의 액션은 단순하지만 매우 리얼하며 박진감 넘칩니다.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 또한 액션을 더욱 효과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는 피와 쏟아지는 내장, 으깨진 두개골 등 고어 영화같은 피비린내 나는 화면을 보여줍니다.
- 단순한 스토리: 우정과 탐욕, 배신, 후회 등 다양한 감정이 담겨있지만 주된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고 단순합니다. 그렇기에 더욱 액션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 개성넘치는 캐릭터: ‘밤이 온다’에는 만화에 등장할 법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이토와 아리안 외에도 바비, 파티, 요한 등의 조연들도 매력적입니다. 그 중에서도 숨겨진 조력자 오퍼레이터(줄리 에스텔·Julie Estelle)는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티모 타잔토 감독이 오퍼레이터 캐릭터를 내세운 속편을 제작하고 싶다고 밝혔을 정도로 미스터리한 매력을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영화지만 아쉬운 점 또한 있습니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전개가 아쉽습니다. 각각의 캐릭터간의 대립과 갈등, 배신에 대한 배경,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이 조직을 배신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던 어린 소녀와의 에피소드는 너무 많이 생략된 듯 느껴집니다. 그러다보니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하기 힘듭니다. 이야기보다는 액션과 특수분장, 카메라 워크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쓴 게 아닌가 싶습니다. 2시간 동안 몰아치는 액션은 처음에는 흥미로왔지만 점차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한 피의 붉은 빛을 강조하기 위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주로 사용되는 틸&오렌지 룩(Teal and Orange Look)으로 화면에 색상대비를 준 듯 보이는데, 때로는 효과적이지만 때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여서 몰입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티모 타잔토 감독
티모 타잔토(Timo Tjahjanto·1980)는 인도네시아의 영화 감독이자 프로듀서, 시나리오 작가입니다. ‘V/H/S/2 : 악마를 부르는 비디오(2013)’, ‘킬러스(2014)’, ‘헤드샷(2016)’ 등 그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액션과 호러 영화로 유명합니다.
‘밤이 온다(2018)’ 이후에도 포털: 양자 게이트(Portals, 2019), 더 빅포(The Big 4, 2022) 등 꾸준히 액션과 공포영화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Train to Busan, 2016)’의 할리우드 리메이크(The Last Train to New York)를 티모 타잔토가 맡기로 했다는 점입니다. 감독의 스타일로 봤을 때 우리가 알던 부산행보다 좀 더 폭력적이며 유혈이 낭자한 뉴욕행이 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