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국가별 가장 많이 팔리는 라면 브랜드 정리

동남아 마트의 라면 코너에 서 보면 나라마다 진열대 맨 앞을 차지한 브랜드가 다릅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마기, 베트남에서는 하오하오, 필리핀에서는 럭키 미가 1위입니다. 동남아 국가별 가장 많이 팔리는 인스턴트 라면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아 보면, 이 차이가 입맛 취향만으로 갈린 게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어떤 나라는 스위스 브랜드가, 어떤 나라는 이웃 나라 브랜드가, 또 어떤 나라는 멀리 네팔에서 온 브랜드가 일등입니다. 같은 아세안 안에서도 라면 지도는 제각각인 셈입니다.

국가1위 브랜드브랜드 기원
브루나이Maggi스위스
캄보디아Mama태국
인도네시아Indomie인도네시아
라오스Wai Wai네팔
말레이시아Maggi스위스
미얀마Mama태국
필리핀Lucky Me!필리핀
싱가포르Maggi스위스
태국Mama태국
베트남Hảo Hảo베트남

열 나라의 1위를 늘어놓으면 세 가지 흐름이 보입니다. 외국 대기업이 현지화로 시장을 가져간 경우, 이웃 강국의 브랜드가 입맛이 비슷한 주변으로 번진 경우, 그리고 토종이 끝까지 자리를 지킨 경우입니다. 라오스만 이 세 갈래 어디에도 깔끔하게 들어가지 않습니다.

외국 브랜드가 무슬림 식탁을 파고든 방법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브루나이는 모두 스위스 네슬레의 마기(Maggi)가 1위입니다. 유럽 브랜드가 무슬림 다수 지역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았을까요. 비결은 할랄 인증과 현지 입맛 공략으로 모입니다. 네슬레는 일찍부터 말레이시아를 할랄 생산 거점으로 삼았습니다. 그러고는 현지에서 가장 사랑받는 향신료 조합을 찾아 마기 카레를 내놨고, 이 제품이 곧 지역 라면의 기준이 됐습니다.

마기는 동남아에서 라면 이전에 조미료와 소스로 먼저 익숙해진 이름이기도 합니다. 부엌에 이미 들어와 있던 브랜드가 라면으로 넘어가는 길은 그만큼 짧았습니다.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는 말레이시아와 식문화를 공유하니, 같은 입맛 권역으로 묶이는 건 시간 문제였습니다.

태국 마마가 국경을 넘은 힘

태국에서 ‘마마(Mama)’는 브랜드 이름을 넘어 인스턴트 라면 전체를 부르는 말로 쓰입니다. 태국 친구에게 라면을 사다 달라고 하면 마마 봉지를 들고 오는 식입니다. 똠얌의 시고 매운맛을 건면으로 옮겨낸 게 시장을 잡은 비결입니다. 마마의 건면 블록은 휴게소나 노점에서 뜨거운 물만 부어도 먹기 좋은 형태였습니다. 길 위에서 빠르게 한 끼를 때우는 메콩 일대의 생활 방식과도 잘 맞았습니다.

이 힘은 국경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캄보디아와 미얀마에서도 마마가 1위입니다. 메콩강 유역은 맵고 시고 짠 자극적인 맛을 함께 즐기는 미각권입니다. 여기에 태국 식품을 고품질로 보는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마마가 세 나라를 한 묶음으로 엮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최대 식품회사이자 세계적인 라면 제조업체 인도푸드의 대표적인 라면 브랜드인 인도미
인도네시아 라면 브랜드 ‘인도미’

토종이 자리를 지킨 나라들, 그리고 라오스의 예외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베트남은 외국 브랜드에도 이웃 나라 브랜드에도 시장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자국 브랜드가 거의 독차지합니다. 세계 라면 소비 2위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인도미(Indomie)가 전통 볶음면 미고렝을 인스턴트로 옮겨 세계로 나갔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도 국민 라면 대접을 받을 정도입니다.

필리핀의 럭키 미(Lucky Me!)는 명절 볶음국수 판싯 칸톤 맛을 재현해 서민의 소울푸드가 됐습니다. 1인당 소비량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베트남에서는 하오하오의 새콤매콤한 새우맛이 간판입니다. 얇고 바삭한 면이 쌀국수 못지않은 사랑을 받습니다.

라오스는 이 지도에서 가장 튀는 자리입니다. 주변국이 태국이나 베트남 브랜드로 기우는 동안, 라오스의 1위는 네팔 차우더리 그룹의 와이와이(Wai Wai)입니다. 와이와이는 면에 간장과 향신료가 미리 배어 갈색을 띱니다. 끓이지 않고 과자처럼 부숴 먹어도 맥주 안주로 손색없습니다. 부숴 먹고, 뿌려 먹고, 끓여 먹는 이 다재다능함이 라오스의 소박한 간식 문화와 맞아떨어졌습니다.

라면 봉지의 출신지만 따라가도 보이는 게 있습니다. 이 지도는 입맛 지도라기보다, 어느 회사가 그 나라에 먼저 공장을 짓고 유통망을 깔았는지를 보여주는 지도에 가깝습니다. 스위스 유산이 말레이 반도 식탁에 오르고, 네팔 브랜드가 라오스의 간식이 되고, 태국 마마가 국경을 넘나듭니다. 다음에 동남아 식료품점에 들르면, 라면 코너에서 어느 나라 봉지를 집어 그 저녁상을 흉내 내 볼지 골라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