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최대 박물관은 어디일까? 아세안 10개국 대표 박물관

동남아시아 각국에는 그 나라의 역사를 통째로 끌어안은 대표 박물관이 하나씩 있습니다. 왕조의 유물부터 독립 투쟁의 기록까지, 한 건물 안에 응축돼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박물관’이라는 같은 이름으로 모아 놓고 보면, 실제 규모와 성격은 나라마다 크게 다릅니다. 어떤 곳은 식민지 시기 관청을 그대로 물려받았고, 어떤 곳은 최근에야 새 건물로 올라섰습니다. 면적도 수십 배씩 벌어집니다. 같은 ‘대표 박물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가장 큰 박물관은 나라마다 규모가 천차만별

실제 연면적으로 줄을 세우면 격차가 분명합니다. 가장 큰 곳은 싱가포르 국립미술관입니다. 옛 시청과 옛 대법원 건물을 유리 다리로 이어 약 64,000㎡에 이릅니다. 그다음이 2022년 문을 연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문화 박물관으로 약 31,000㎡, 그 뒤를 베트남 하노이 박물관이 따릅니다.

반대로 브루나이 박물관은 규모만 보면 상위권과 거리가 있습니다. 2014년부터는 흰개미 피해와 지반 침하로 보수 공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라오스 국립박물관은 최근 비엔티안 외곽의 신축 건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같은 대표 박물관이라도 처지가 이렇게 다릅니다.

국가대표 박물관규모·특징
싱가포르싱가포르 국립미술관약 64,000㎡, 아세안 최대
말레이시아보르네오 문화 박물관약 31,000㎡, 아세안 2위
베트남하노이 박물관역피라미드 구조
인도네시아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유물 14만여 점 소장
캄보디아캄보디아 국립박물관1917~1920년 건립
태국방콕 국립박물관1874년 설립
필리핀필리핀 국립박물관 단지4개 전문관 복합
미얀마미얀마 국립박물관네피도 복합 단지
브루나이브루나이 박물관1965년 설립, 1972년 개관
라오스라오스 국립박물관신축 건물로 이전

큰 박물관은 대부분 옛 건물을 다시 쓴 곳

상위권을 살펴보면 새로 올린 건물보다 기존 건축물을 고쳐 쓴 사례가 많습니다. 싱가포르 국립미술관은 식민지 시기 시청과 대법원을 미술관으로 바꿔, 동남아 근현대 미술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은 사정이 조금 특별합니다. 1871년 태국의 쭐랄롱꼰(라마 5세) 국왕이 선물한 청동 코끼리가 앞뜰을 지키고 있어, 현지에서는 ‘코끼리 박물관’으로 통합니다. 14만 점이 넘는 유물을 품은 동남아 최고(最古)급 박물관이기도 합니다.

자카르타 원주민인 베타위(Betawi)족의 전통 거대 인형 온델온델(Ondel-Ondel)
자카르타 원주민인 베타위(Betawi)족의 전통 거대 인형 온델온델(Ondel-Ondel)

캄보디아 국립박물관은 1917년부터 1920년까지 프랑스 건축가 조르주 그로슬리에가 크메르 사원 양식으로 설계했습니다. 짙은 붉은색 테라코타 외관이 사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합니다. 방콕 국립박물관은 1874년 라마 5세가 옛 부왕의 궁궐 터에 세운 곳입니다. 필리핀 국립박물관 단지는 옛 입법부 건물을 살려, 후안 루나의 대작 ‘스폴리아리움’을 전시합니다. 건물의 내력이 곧 전시의 일부입니다.

새로 지은 박물관은 건물 자체가 볼거리

반대편에는 최근 세운 대형 박물관이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문화 박물관은 5층 규모로, 건설에만 약 3억 8백만 링깃이 들었습니다. 2022년 3월 개관과 동시에 쿠칭의 새 명소가 됐습니다. 보르네오 원주민의 생활 문화를 미디어 아트로 풀어 보여줍니다.

베트남 하노이 박물관은 독일 건축사무소 gmp가 설계한 역피라미드 형태입니다. 위층이 아래층보다 넓습니다. 윗면이 아래층에 그늘을 드리워 냉방 부담을 줄이는 친환경 설계입니다. 하노이 천도 1,000주년에 맞춰 문을 열었고, 5만여 점의 유물을 전시합니다. 미얀마 네피도의 국립박물관도 여러 동을 연결한 초대형 복합 단지로 들어섰습니다. 역대 왕조의 황금 의전 용품과 대통령 전용 차량까지 따로 전시합니다. 이런 곳은 유물만큼이나 공간 경험을 앞세웁니다.

여기서 분명한 차이가 하나 드러납니다. 가장 큰 박물관과 가장 오래된 박물관은 좀처럼 같은 곳이 아닙니다. 규모가 앞서는 곳은 대체로 최근에 새로 지었고, 내력이 깊은 곳은 면적에서 밀립니다. 동남아 여행 일정을 짠다면 어느 쪽에 시간을 더 쓰시겠습니까. 넓은 공간이 주는 압도감과 오래된 벽이 품은 이야기 사이에서, 답은 사람마다 갈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