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처음 오른 이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인도네시아 작품을 만나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2023년에는 인도네시아만 다룬 특별기획전이 열렸고, 그 뒤로도 해마다 몇 편씩 초청장이 갔습니다. 올해는 다릅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인도네시아 영화가 앉은 자리는 경쟁부문입니다. 이 부문에 인도네시아 작품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경쟁부문에 처음 오른 두 편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립니다. 경쟁부문 초청작은 14편이고 한국, 일본, 중국, 대만, 이란,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작품이 섞여 있습니다. 그중 두 편이 인도네시아 영화입니다.

경쟁부문은 2025년 제30회 때 신설돼 올해로 두 번째를 맞습니다. 올해부터는 조건이 하나 붙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A리스트 영화제로 등재되면서 경쟁부문 최고상인 부산 어워드 대상 수상작에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이 생겼습니다. 같은 자격을 가진 영화제는 칸, 베를린, 베니스, 선댄스, 토론토를 포함해 여섯 곳뿐이며 아시아에서는 부산뿐입니다.

작품감독부문인도네시아 개봉
마이 마더(Ibuku)에디 카효노(Eddie Cahyono)경쟁부문미정
바다에 새겨진 이름(Laut Bercerita)요셉 앙기 노엔(Yosep Anggi Noen)경쟁부문2026년 10월 29일
네 개의 계절(Empat Musim Pertiwi)카밀라 안디니(Kamila Andini)아시아 영화의 창2026년 10월 8일
자료: 부산국제영화제 제31회 공식 발표 및 각 배급사 개봉 일정, 2026년 9월 기준

경쟁부문 두 편은 아직 개봉 전이고, 카밀라 안디니의 신작은 영화제 기간과 겹치는 10월 8일 인도네시아 극장에 먼저 걸립니다.

인도네시아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다
인도네시아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다

이주노동자 모녀를 정면으로 다룬 ‘마이 마더’

마이 마더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고용주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딸과, 그 딸을 만나러 가려는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어머니 역은 크리스틴 하킴(Christine Hakim)이 맡았습니다. 딸은 지난 시절의 상처를 이유로 어머니와의 만남을 거부합니다.

에디 카효노 감독은 이주노동자를 취재하면서, 해외 취업이 집안의 빚을 풀어 줄 것이라는 기대와 그 집 안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던 폭력이 나란히 놓여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작품은 2025년 족자카르타 JAFF 마켓의 개발 지원 프로그램인 퓨처 프로젝트에 후반 작업 상태로 선정됐습니다. 인도네시아와 일본이 함께 참여한 협업으로 소개됐습니다.

감독의 전작 시티(Siti, 2014)는 인도네시아 영화제에서 찌뜨라상 최우수작품상을 받았습니다. 크리스틴 하킴은 2002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을 지낸 배우이며, 올해 부산에 오는 인도네시아 작품 세 편에 모두 나옵니다.

1998년 실종자를 다시 부르는 ‘바다에 새겨진 이름’

바다에 새겨진 이름의 원작은 레일라 S. 추도리(Leila S. Chudori)의 동명 소설입니다. 원작자는 각본 공동 집필과 제작에도 이름을 올려, 소설에서 영화까지 전 과정에 남았습니다. 1990년대 후반 학생 운동 조직 위나트라(Winatra)와 그 안에서 사라진 비루 라웃을 따라갑니다. 비루 라웃 역은 레자 라하디안(Reza Rahadian)이 맡았습니다.

금서를 읽고 돌린 활동가 세 명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위나트라의 움직임은 더 활발해집니다. 농민 문제를 함께 겪던 청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종자가 됩니다. 남은 가족이 그들을 찾는 시간이 영화의 나머지 절반입니다.

팔에잇 픽처스가 내놓는 첫 장편입니다. 부산 상영이 곧 월드 프리미어이고, 인도네시아 극장 개봉은 10월 29일입니다.

인도네시아 영화 르네상스?

르네상스라는 말은 보통 시장이 커졌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수치는 다른 말을 합니다. 2025년 한 해 인도네시아 영화를 본 관객은 8,027만 명으로, 2024년 8,021만 명에서 약 6만 명 늘었습니다. 1년치 증가율이 0.075%입니다.

개봉 편수는 201편이었고 그중 호러 90편, 드라마 66편이었습니다. 1,000만 명을 넘긴 작품은 점보와 아각 라엔 2 두 편입니다. 나머지 대다수는 20만에서 30만 명 선에서 멈춘 뒤 며칠 만에 상영관을 잃는다고 현지 영화 연구자들은 지적합니다.

관객 총량이 불어나서 해외로 나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국내 스크린에서 자리를 얻기 힘든 작품들에게 국제 영화제가 관객을 만나는 통로가 되는 쪽에 가깝습니다. 인구는 2억 8,467만 명이고, 문화부 장관은 지난해 극장에 걸린 영화의 67~70%가 인도네시아 작품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편수로는 안방을 지켰지만 관객 총량은 제자리입니다.

지표2025년
인도네시아 영화 관객8,027만 명 (2024년 8,021만 명)
개봉 편수201편
장르 상위호러 90편, 드라마 66편
1,000만 명 돌파작2편
자료: 인도네시아 문화부(Kementerian Kebudayaan) 2026년 1월 발표

2025년 인도네시아에서는 자국 영화 201편이 개봉했고, 그중 1,000만 명을 넘긴 작품은 두 편이었습니다.

부산이 인도네시아 영화에 심은 것

요셉 앙기 노엔 감독은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아카데미의 펠로였습니다. 올해는 멘토로 왔습니다. 스무 번째를 맞은 2026 CHANEL X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는 신수원 감독을 첫 여성 교장으로 세웠고, 노엔 감독은 연출 멘토를 맡아 아시아 신인 감독들의 단편 작업을 지도합니다. 19년 전 부산에서 초보자 워크숍을 들었다는 것은 본인의 회고입니다.

2023년 제28회 영화제의 특별기획 프로그램 인도네시아 영화의 르네상스는 장편 7편과 단편 5편을 묶어 모두 12편을 상영했습니다. 몰리 수리야, 조코 안와르, 에드윈, 요셉 앙기 노엔이 부산을 찾아 관객과 직접 만났습니다. 같은 해 온 스크린 섹션에서는 넷플릭스 시리즈 시가렛 걸이 세계 최초로 공개됐습니다. 카밀라 안디니와 이파 이스판샤(Ifa Isfansyah)가 공동 연출한 작품입니다.

3년 전 특별기획전은 한 해의 조명으로 끝났습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인도네시아 영화가 얻은 경쟁부문 자리는 그 조명이 상설 무대로 바뀌는 신호일 수도 있고, 다시 한 번의 이벤트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