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전기가 가장 싼 나라를 하나만 꼽으라면, 요금표는 미얀마를 가리킵니다. kWh당 약 0.025달러, 한화로 40원이 채 안 됩니다. 싸도 너무 쌉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곧이곧대로 믿어도 될지는 따져볼 문제입니다. 아세안 전기요금은 나라마다 최대 아홉 배 넘게 벌어지고, 그 격차의 바닥에는 통계로 잡히지 않는 사정이 깔려 있습니다.
아세안 전기요금 순위, 가장 싼 나라는 어디일까
서류상 최저가는 미얀마
글로벌 에너지 가격 조사 기관인 글로벌 페트롤 프라이스(Global Petrol Prices)가 집계한 2023~2026년 평균 가정용 요금에서 순서는 뚜렷합니다. 싱가포르가 kWh당 약 0.229달러로 가장 높고, 미얀마가 약 0.025달러로 가장 낮습니다. 격차는 아홉 배가 넘는 셈입니다. 원자료는 달러로 매겨지는데, 감이 잘 오도록 원화를 나란히 붙였습니다.
| 국가 | 요금(달러/kWh) | 요금(원/kWh) | 주요 발전 구조 |
|---|---|---|---|
| 미얀마 | 약 0.025 | 약 36.7 | 요금 통제·송배전망 미비, 잦은 정전 |
| 라오스 | 약 0.033 | 약 49.9 | 메콩강 수력, 잉여 전력 수출 |
| 말레이시아 | 약 0.052 | 약 77.7 | 산유·가스 수출국, 연료비조정 보조금 |
| 베트남 | 약 0.077 | 약 114.5 | 국영 통제, 제조업 육성 정책요금 |
| 인도네시아 | 약 0.080 | 약 119.1 | 자국산 석탄·가스, 정부 보조금 |
| 태국 | 약 0.125 | 약 186.3 | 자국 가스전 고갈, LNG 수입 증가 |
| 캄보디아 | 약 0.148 | 약 220.0 | 송배전 인프라 부족, 전력 수입 의존 |
| 필리핀 | 약 0.204 | 약 303.6 | 수입 석탄·LNG, 도서 지역 송배전비 |
| 싱가포르 | 약 0.229 | 약 341.7 | 수입 LNG 95% 이상, 완전 자유화 시장 |
| 자료: Global Petrol Prices(가정용, 2023~2026년 평균), 달러·원 환산은 2026년 7월 환율 기준(약 1달러=1,490원) | |||
요금이 가장 낮은 세 나라 미얀마·라오스·말레이시아는 모두 kWh당 100원을 밑돕니다.
낮은 쪽과 높은 쪽은 뿌리가 다릅니다. 바닥에 모인 나라들은 자원이 받쳐주거나 정부가 요금을 눌러 둡니다. 반대로 싱가포르는 발전 연료의 95% 이상을 수입 액화천연가스(LNG)에 기대고, 소매 시장까지 완전히 열려 있어 국제 원자재 값이 요금에 곧바로 옮겨붙습니다. 필리핀은 7천 개가 넘는 섬에 전기를 보내느라 송배전 비용이 크고 보조금도 얇습니다. 같은 협력체 안에서도 전력 시장의 성격이 이렇게 갈립니다.

최저 요금이 가리는 20시간 정전
문제는 미얀마의 이 요금이 실제로 낸 돈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정부가 눌러 둔 고시 가격일 뿐입니다. 2021년 군부 집권 뒤 발전량이 크게 줄면서, 2025년 초 대도시에서는 하루 공급이 여덟 시간 안팎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양곤은 네 시간 켜지고 여덟 시간 꺼지는 순환 단전을 겪었습니다. 세계은행(World Bank) 조사에서는 기업의 84%가 디젤 자가발전기에 기대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숫자가 갈립니다. 디젤로 돌린 전기는 고시 요금과 비교가 안 될 만큼 비쌉니다. 요금표의 36원은 ‘전기가 들어올 때’의 값이고, 정전을 메우는 실제 비용은 그 칸에 잡히지 않습니다. 가장 싼 요금과 가장 싼 전기는 다른 말입니다. 미얀마는 그 간극이 가장 큰 나라입니다.
진짜 싼 전기는 라오스
그럼 끊기지 않으면서 싼 전기는 어디에 있을까요. 요금표의 바로 위 칸, 라오스입니다. 메콩강 수계를 낀 수력 발전 비중이 절대적이라 생산 단가가 낮습니다. 남는 전기는 이웃 나라에 팔고, 내수용은 kWh당 50원 안팎으로 공급합니다. ‘아시아의 배터리’라 불리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말레이시아도 결이 비슷합니다. 산유·가스 수출국이라 연료가 자국 안에서 돌고, 연료비조정 제도로 가계 요금을 눌러 kWh당 80원 아래를 지킵니다. 미얀마와 다른 점은 분명합니다. 라오스와 말레이시아의 낮은 요금은 정전을 감추는 억제가 아니라, 값싼 발전원과 재정 여력에서 나옵니다. 라오스처럼 전기가 남는 나라와 싱가포르처럼 모자란 나라를 잇는 아세안 전력망(ASEAN Power Grid) 구축이 논의되는 것도 이 격차 때문입니다.
한국보다 전기요금 싼 나라는
그럼 한국은 어디쯤일까요. 2025년 상반기 한국의 가정용 요금은 kWh당 약 156원이었습니다. 이 값을 아세안 순위에 끼워 넣으면 위치가 묘합니다. 태국(약 186원) 바로 아래, 인도네시아(약 119원)보다는 위입니다. 아홉 곳 가운데 다섯 곳이 한국보다 쌉니다.
인도네시아에 사는 한국 가정이라면 체감이 다를 수 있습니다. 국영전력공사(PLN)를 통한 보조금이 요금을 눌러온 데다, 2026년 3분기 요금까지 동결됐습니다. 비보조 요금은 여러 해째 오르지 않았습니다. 투자자라면 셈법이 또 갈립니다. 베트남은 제조업을 끌어들이려 산업용 요금을 낮게 묶어 왔는데, 저렴한 석탄·수력에 기댄 이 정책 요금이 탈탄소 투자 부담 속에서 언제까지 버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