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트로트? 당둣, 인도네시아 국민음악이 된 이유!

인도네시아 시장이나 거리, 유튜브를 보다 보면 꺾어 부르는 창법에 흥겨운 북소리가 얹힌 노래를 만나게 됩니다. 이 음악이 당둣(DangDut)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대중음악입니다. 흔히 ‘국민음악’이라 불립니다. 그런데 이 이름에는 오해가 하나 숨어 있습니다. 당둣은 순수한 인도네시아 전통음악이 아닙니다.

국민음악이라는 이름은 처음부터 주어진 게 아냐

당둣이라는 이름부터 그렇습니다. 두 개의 북 켄당(Kendang)을 칠 때 나는 ‘당’과 ‘둣’ 소리를 본떠 붙은 의성어입니다. 1960~70년대 초, 이 음악을 낮잡아 부르던 언론과 평론가의 표현이 그대로 장르 이름으로 굳었습니다. 조롱하려던 말을 당사자들이 자기 이름으로 받아들인 셈입니다.

뿌리도 한 갈래가 아닙니다. 말레이 반도의 오르케스 말레이(Orkes Melayu)를 바탕에 두고, 인도 볼리우드 영화음악과 아랍 대중음악, 서구 팝이 뒤섞였습니다. 여러 문화를 이어 붙인 하이브리드 음악입니다.

이 것을 하나의 현대 대중음악으로 묶어낸 사람이 로마 이라마(Rhoma Irama)입니다. 1970년대에 그는 일렉트릭 기타와 신디사이저를 들여와 당둣을 웅장한 밴드 사운드로 바꿔 놓았습니다. 지금도 ‘당둣의 왕(Raja Dangdut)’으로 불립니다. 같은 시기 활약한 엘비 수카에시(Elvy Sukaesih)는 ‘당둣의 여왕’으로 남았습니다.

시대흐름특징대표 인물
1940~50년대오르케스 말레이말레이·인도·아랍 음악 융합, 기반 형성
1970년대당둣 황금기록·전자악기 도입, 현대화로마 이라마
2000년대당둣 코플로빠른 템포·격렬한 춤, 대중 확산이눌 다라티스타
2010년대~오디션·주류화TV 서바이벌로 세대교체레스티 케조라
자료: 브리태니커·인도네시아 위키피디아 등 공개 자료 종합, 2026년 정리 기준

당둣은 약 70년에 걸쳐 융합 음악에서 국민 장르로 자리를 옮겨 왔습니다.

Nella Kharisma – Jaran Goyang | Dangdut

당둣의 왕은 당둣의 최신 유행을 거부

2000년대 들어 당둣은 동부 자바에서 크게 변했습니다. 이렇게 태어난 것이 당둣 코플로(Dangdut Koplo)입니다. 전통 당둣보다 템포가 훨씬 빠르고, 켄당 연주가 복잡하고 공격적입니다. 몸이 저절로 흔들리는 댄스 비트입니다. 코플로를 전국구로 끌어올린 인물이 이눌 다라티스타(Inul Daratista)입니다. 2003년, 골반을 드릴처럼 돌리는 ‘고양 응에보르(Goyang Ngebor)’ 춤으로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해적판 VCD를 타고 그의 무대가 전국에 퍼졌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균열이 생깁니다. 당둣을 국민음악으로 키운 로마 이라마가 코플로를 강하게 비판한 것입니다. 그는 코플로의 선정성을 문제 삼았고, 뒷날 “당둣은 당둣이고, 코플로는 당둣이 아니다”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장르를 세운 인물이 그 장르의 가장 잘나가는 후손을 자기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은 셈입니다. 결과만 보면 코플로가 이겼습니다. 비아 발렌(Via Vallen), 넬라 카리스마(Nella Kharisma) 같은 다음 세대가 선정적 안무를 걷어내고 팝에 가까운 코플로로 노선을 바꾸면서, 코플로는 오히려 주류로 올라섰습니다.

인도네시아 길거리에 걸린 당둣 아카데미 참가자 응원 현수막
인도네시아 길거리에 걸린 당둣 아카데미 참가자 응원 현수막

미스트롯 보다 앞선 당둣 아카데미

코플로가 대중을 얻는 동안, 당둣의 이미지를 바꾼 것은 방송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 방송사 인도시아르(Indosiar)가 2014년 선보인 오디션 프로그램 당둣 아카데미(D’Academy)입니다. 매 시즌 수만 명이 지원하며 전국적 화제가 됐고, 2025년 12월 시즌 7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한 일은 분명합니다. ‘지방의 촌스러운 음악’이라는 딱지를 떼고, 당둣을 세련된 프라임타임 쇼로 올려놓았습니다. 시즌 1 우승자 레스티 케조라(Lesti Kejora)는 열네 살에 우승해 국가대표급 디바로 컸습니다.

한국 독자에게 이 그림은 낯설지 않습니다. 미스트롯이 트로트에 했던 일과 거의 같기 때문입니다. 서민의 음악, 한물간 음악이라는 편견을 오디션 포맷으로 씻어내고 안방으로 되돌린 방식 말입니다. 다만 순서가 뒤집혀 있습니다. 미스트롯 첫 방송은 2019년입니다. 당둣 아카데미는 그보다 5년 앞서 같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은 이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주변국 가수가 겨루는 ‘당둣 아카데미 아시아’로 넓어졌습니다. 당둣이 국내를 넘어 동남아 음악 교류의 통로가 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