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대형 쇼핑몰의 애플(Apple) 매장 앞에는 신형 아이폰이 나올 때마다 긴 줄이 섭니다. 그 한 대를 사려면 평균적인 직장인이 며칠을 꼬박 일해야 할까요. 나라마다 답이 크게 벌어집니다. 아이폰 구매력 지수는 이 질문을 노동일수라는 숫자로 바꿔 보여줍니다.
아이폰 구매력 지수로 본 동남아 경제 지도
올해 화제가 된 표가 하나 있습니다. 아이폰 17 프로(256GB)를 기준으로 세계 33개국의 구매 소요 일수를 매긴 자료입니다. 동남아 여러 나라가 여기 담겼습니다.
아이폰 구매력 지수가 담은 동남아
이 자료를 만든 곳은 텐스코프(Tenscope)라는 디자인 회사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나라별 평균임금과 노동시간을 가져와, 아이폰 한 대 값을 노동일수로 환산했습니다. 세전 임금을 여덟 시간짜리 노동일로 나눈 값이라, 실제 체감보다 후하게 잡힌 면도 있습니다. 대상은 33개국이고, 이 안에 든 동남아 나라는 싱가포르(Singapore)·말레이시아(Malaysia)·태국(Thailand)·베트남(Vietnam)·필리핀(Philippines) 다섯입니다.
인도네시아(Indonesia)는 없습니다. 캄보디아도, 미얀마도, 라오스도, 브루나이도 빠졌습니다. 임금 통계가 국제 비교가 되는 형태로 정리된 나라만 표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같은 동남아 안에서도 싱가포르 노동자는 8일, 필리핀 노동자는 100일 넘게 일해야 같은 기기를 손에 쥡니다.
| 국가 | 노동일수 | 지역 |
|---|---|---|
| 싱가포르 | 8일 | 동남아 |
| 말레이시아 | 45일 | 동남아 |
| 태국 | 61일 | 동남아 |
| 베트남 | 99일 | 동남아 |
| 필리핀 | 101일 | 동남아 |
| 룩셈부르크(Luxembourg) | 3일 | 유럽(전체 최소) |
| 인도(India) | 160일 | 남아시아(전체 최대) |
| 자료: 텐스코프(Tenscope), iPhone Affordability Index 2025 · 아이폰 17 프로 256GB, ILO 임금 기준 | ||
다섯 나라 가운데 넷은 세계 평균인 26일을 웃돕니다. 말레이시아(45일)와 태국(61일)이 중간 사다리를 이루고, 베트남과 필리핀이 그 아래를 받칩니다. 싱가포르만 유럽 최상위권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같은 아세안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어도, 소득의 층위는 이렇게 갈립니다.

인도네시아는 얼마나 걸릴까?
인도네시아 독자라면 궁금한 지점이 여기일 겁니다. 우리는 표에 없는데, 넣으면 어디쯤일까요. 지수와 똑같은 방식으로 계산해 봤습니다. 아이폰 17 프로(256GB)의 인도네시아 출시 공식가는 약 2,375만 루피아, 세전 월평균 임금은 약 350만 루피아입니다(BPS 기준).
이 값으로 환산하면 약 145일이 나옵니다. 베트남(99일)과 필리핀(101일)보다 뒤쪽입니다. 임금이 두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더 걸리는 까닭은 기기값에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수입 관세에 사치세와 부가세가 얹혀, 이웃 나라보다 아이폰 값이 비쌉니다. 임금이 아니라 세금이 소요 일수를 밀어 올립니다.
원자료에 인도네시아 항목 자체가 없습니다. 앞의 145일도 지수에 실린 값이 아니라, 같은 잣대로 따로 낸 추정입니다. 평균임금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대략 110일에서 150일 사이를 오갑니다. 어느 쪽이든 다섯 나라의 아래쪽입니다.
한국을 같은 잣대로 재면 싱가포르 바로 뒤
한국도 이 33개국 표에는 없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재보면 위치가 뚜렷합니다. 아이폰 17 프로(256GB) 국내 출고가는 179만 원, 세전 월평균 명목임금은 약 408만 원입니다(2024년 사업체노동력조사). 노동일수로 바꾸면 약 9일입니다.
싱가포르(8일) 바로 뒤, 이탈리아(Italy)나 스페인(Spain)과 비슷한 자리입니다. 세계 평균이 26일이니, 한국은 그 3분의 1 안쪽에서 신형 아이폰을 손에 넣는 셈입니다. 다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지수가 쓰는 값은 평균임금이라, 소수 고소득층이 평균을 끌어올립니다. 중위소득을 대입하면 체감 일수는 이보다 늘고, 소득 격차가 큰 나라일수록 그 간극이 벌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