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화장품 할랄 인증이 사실상 필수인 이유?

자카르타(Jakarta)의 드럭스토어 매대를 훑어보면 할랄 로고가 붙은 화장품은 생각보다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인구의 80% 이상이 무슬림인 시장인데도 그렇습니다. 제도가 열어 둔 유예 기간이 그 배경이고, 마지막 날짜는 정해져 있습니다.

유예 기간 이후로 인도네시아에서 화장품 할랄 인증이 어떤 지위를 갖는지를 두고 설명이 엇갈립니다. 인증 취득 자체가 의무라는 해석이 한국 업계에 널리 퍼져 있고, 라벨에 상태만 표시하면 판매가 가능하다는 반론도 나와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화장품협회 연기 요구

인도네시아 화장품협회연합(PPAK)의 솔리힌 소피안(Solihin Sofian) 회장은 2026년 7월 시행 1년 연기를 요청했습니다. 화장품 업계의 약 80%가 소상공인이고, 원료의 85~90%를 수입에 기대는 구조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개별 원료가 각각 인증을 받았더라도 이를 섞어 새 배합을 만들면 처음부터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혔습니다.

정부는 세 차례에 걸쳐 같은 답을 내놨습니다. 아흐마드 하이칼 하산(Ahmad Haikal Hasan) 할랄제품보장청(BPJPH) 청장은 2026년 6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연기는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8월 관계부처 합동 회의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습니다. 인도네시아 울라마협의회(MUI)의 아스로룬 니암 숄레(Asrorun Niam Sholeh) 파트와위원장도 9월 들어 추가 연기에 반대했습니다.

단계대상 품목유예 기간근거 조항
1단계식품·음료·도축물·도축 서비스2019.10.17~2024.10.17PP No. 42/2024
2단계의약품·화장품·화학제품·유전자변형제품·사용재2021.10.17~2026.10.17PP No. 42/2024 제161조(1)
소상공인식품·음료·도축물·도축 서비스2019.10.17~2026.10.17PP No. 42/2024 제160조(2)
해외 생산 제품식품·음료 등~2026.10.17PP No. 42/2024 제160조(3)
자료: 인도네시아 정부령(PP) No. 42/2024, 할랄제품보장청(BPJPH), 2026년

화장품은 2021년 10월 유예가 시작돼 2026년 10월에 끝나는 2단계 품목이고, 규제 적용 첫날은 10월 18일입니다.

화장품 할랄 인증 면제의 좁은 문

할랄제품보장법(UU No. 33/2014) 제4조는 인도네시아에 들어오고 유통되고 거래되는 제품에 할랄 인증을 의무로 걸어 두었습니다. 예외는 하나뿐입니다. 제26조는 금지된 원료로 만든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자를 인증 신청 의무에서 빼 주는 대신, 제품에 비할랄 표시를 붙이도록 했습니다.

한국 업계의 해석이 갈리는 대목이 여기입니다. 제26조는 금지 원료를 실제로 쓴 제품까지만 면제해 줍니다. 성분이 전부 할랄인데 인증 서류만 갖추지 못한 제품은 이 조항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인증 의무 쪽에 그대로 남는 셈입니다.

다만 2026년 7월 13일 제정된 BPJPH 규정 No. 3/2026이 틈을 남겼습니다. 이 규정 제4조는 비할랄 표시의 근거를 두 갈래로 나눠 놓았습니다. 원료 기준과, 할랄제품보장체계(SJPH)에 맞지 않는 제조공정입니다. 문구는 돼지 파생물이 들어간 제품용 ‘MENGANDUNG BABI’와 나머지 금지 원료·공정 문제용 ‘NON HALAL’ 두 가지입니다. 뒤쪽 근거를 넓게 읽으면 인증 체계를 갖추지 못한 제품도 표시로 넘어갈 여지가 생깁니다.

인도네시아 할랄검사기관협회(ALPHI) 엘비나 A 라하유(Elvina A Rahayu) 회장은 2026년 8월 7일 이 기준이 현장 감독관마다 다르게 읽힐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품명이나 형태 때문에 파트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규정에서 빠져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습니다.

인도네시아 파라곤 그룹의 색조화장품 브랜드 OMG
인도네시아 파라곤 그룹의 색조화장품 브랜드 OMG

방수 제형 화장품은?

인증 심사에서 돼지 유래 성분 못지않게 자주 걸리는 항목이 제형입니다. 무슬림은 하루 다섯 번 기도하기 전에 얼굴과 팔, 발을 씻는 우두(Wudu)를 치릅니다. 물이 피부에 고르게 닿아야 이 세정이 성립하는데, 방수 제형이 막을 만들면 물이 피부까지 도달하지 못합니다.

MUI는 2020년 파트와 제60호로 물이 통하지 않는 화장품의 할랄 인증 기준을 따로 세웠습니다. 방수 제형도 인증을 받을 수는 있지만, 제조사가 제품에 물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동물성 원료가 한 줄도 없는 제품이 이 조건 때문에 추가 절차를 밟기도 합니다. 제형이 성분을 앞지릅니다.

K뷰티는 어느 단계에서 막히나

쿠션, 롱래스팅 틴트, 워터프루프 마스카라는 K뷰티가 인도네시아에서 강세를 보여 온 품목입니다. 지속력을 높이려고 택한 제형이 파트와 제60호가 겨냥하는 범주와 그대로 겹칩니다.

수입 경로에도 관문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BPJPH는 2026년 9월 해외 할랄 제품의 적합성 확인을 다루는 규정 No. 4/2026을 내놨습니다. 해외에서 이미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도 인도네시아에 들어오기 전에 별도 확인을 거쳐야 합니다. 하이칼 하산 청장은 시장은 열어 두되 들어오는 제품이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할 능력이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기업의 대응은 생산 거점을 현지로 옮기는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코스맥스는 2011년 인도네시아 법인을 세우고 2016년 국내 ODM 업계에서 처음으로 MUI 할랄 인증을 받아, 2025년 현지 매출을 전년 대비 31.9% 늘린 1,000억 원대로 올려놓았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6년 7월 민관 합동 지원단을 보내 통관 중인 제품의 유예 적용과 중복 실사 면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라벨 하나로 갈리는 매대

할랄제품보장법은 감독 범위에 할랄 제품과 비할랄 제품의 판매·진열 장소 분리를 넣어 두었습니다. 표시를 붙이고 파는 길이 열려 있더라도, 그 제품이 놓이는 자리는 달라집니다.

근거 자료는 오래된 편입니다. BPJPH가 2026년 발표에서 인용한 조사는 2023년 3월 포퓰릭스(Populix)가 17~55세 무슬림 1,0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입니다. 할랄 로고가 구매 결정에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83%, 식품에서는 93%였습니다. 3년 전 수치를 현재 상태의 근거로 쓰고 있다는 점은 감안해서 읽어야 합니다.

인도네시아에 사는 한인에게는 매대 위치가 먼저 체감될 변화입니다. 한국에서 들여온 개인 물품은 규제 대상 밖이지만, 현지에서 다시 사려던 브랜드가 매대에서 사라지거나 자리를 옮길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화장품 할랄 인증을 둘러싼 해석 논쟁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시행일이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