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6일, 인도네시아 전역의 학교로 급식 상자가 처음 배달됐습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정부가 1번 공약으로 내건 무료 영양식사(Makan Bergizi Gratis) 프로그램의 출발이었습니다. 기대는 컸습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인도네시아 무상급식은 수혜자 6,000만 명을 넘긴 세계 최대급 영양 사업이 됐지만, 같은 기간에 사업 총괄 책임자가 구속되고 주방 수백 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인도네시아 무상급식 정책 위기
문제가 된 지점은 순서였습니다. 인프라와 제도가 자리를 잡기 전에 규모부터 밀어붙였고, 그 결과가 위생 사고와 조달 비리, 재정 부담으로 한꺼번에 돌아왔습니다. 셋은 따로 놀지 않습니다. 확장 속도를 정책의 성과로 삼는 순간 인증받지 못한 주방도 가동에 들어가고, 검증되지 않은 재단이 조달망에 붙으며, 예산은 실행 능력보다 앞서 편성되기 때문입니다.
확장 속도가 남긴 청구서
2024년 8월 대통령령으로 국립영양청(Badan Gizi Nasional)이 신설되면서 집행권이 한곳으로 모였습니다. 속도는 여기서 붙었습니다. 학교마다 조리실을 짓는 대신 지역별로 거점 주방(SPPG, Satuan Pelayanan Pemenuhan Gizi)을 세워 조리와 배송을 맡기는 방식을 택했는데, 거점 주방은 학교 밖에서 만들어 학교로 옮기는 전용 조리시설입니다. 주방 하나만 확보하면 인근 여러 학교를 한꺼번에 담을 수 있어 확산이 빨랐습니다.
2026년 5월 기준 거점 주방은 2만 8,390개, 수혜자는 6,199만 명까지 늘었습니다. 예산도 같은 속도로 불었습니다. 2025년 71조 루피아였던 사업비는 2026년에 335조 루피아로 편성됐다가 5월에 268조로 깎였고, 7월에는 229조 수준까지 다시 내려간 상태입니다. 8,290만 명이라는 수혜 목표도 2026년 6월에 사실상 접은 셈입니다.

주방 절반은 인증이 없어
위생인증(SLHS)은 보건당국이 조리시설의 위생 상태를 확인해 내주는 증명입니다. 2026년 5월 기준으로 이 인증을 받은 거점 주방은 1만 5,735개, 전체의 55.42%였습니다. 절반가량이 인증 없이 돌아갔습니다. 대량 조리 경험이 부족한 주방에서 새벽에 만든 음식이 오전 내내 이동한 뒤 배식되는 동선까지 겹치면 위험은 곱해집니다.
인도네시아 교육감시네트워크(JPPI) 집계로 2025년 1월부터 2026년 5월까지 급식을 먹고 이상 증세를 보인 사람은 3만 7,270명입니다. 2026년 들어 월평균 피해자가 2025년보다 42.6% 늘었는데, 사업이 시행착오를 지나 안정 단계로 접어들었다면 나오기 어려운 숫자입니다. 확장을 늦춘 해에 피해가 오히려 더 빨리 불었습니다.
인도네시아 무상급식의 빈 성적표
피해자 3만 7,270명을 수혜자 6,200만 명에 견주면 0.06% 남짓입니다. 비율만 보면 작습니다. 그런데도 이 숫자가 정책 전체를 흔든 까닭은 반대편 저울에 올려놓을 성과 수치가 비어 있기 때문인데, 사고는 학교마다 날짜와 인원까지 집계되는 반면 영양 개선 효과는 아직 어떤 공식 통계로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발육 부진율을 재는 인도네시아 영양상태조사(SSGI)는 2024년이 마지막입니다. 그해 수치는 19.8%로, 2019년 27.7%에서 꾸준히 내려온 흐름이었습니다. 2025년 조사는 실시되지 않았습니다. 부패방지위원회(KPK)도 2026년 5월 검토 보고서에서 사업의 성패를 가릴 지표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짚었고, 시작 시점의 영양 상태를 재두지 않아 비교할 기준선조차 없는 형편입니다. 229조 루피아가 들어가는 사업의 효과를 아직 아무도 계산하지 못합니다.
한국이 20년 전 버린 모델
한국의 학교급식도 대형 사고를 겪었습니다. 2006년 6월 수도권 학교들에서 위탁업체가 공급한 급식으로 집단 식중독이 터졌고, 국회는 한 달 만인 7월 19일 학교급식법을 고쳐 직영을 원칙으로 못 박았습니다. 순서가 분명했습니다. 구조를 법으로 먼저 정한 뒤 이미 위탁 중이던 학교에는 2010년 1월까지 3년 넘는 전환 기간을 줘 현장이 따라올 시간을 벌었습니다.
| 구분 | 한국 | 일본 | 인도네시아 |
|---|---|---|---|
| 조리 주체 | 학교 직영 조리실 | 학교 조리실·지자체 급식센터 | 학교 밖 거점 주방 |
| 제도 정비 | 2006년 직영 원칙 법제화 | 1954년 학교급식법, 2005년 식육기본법 | 2024년 국립영양청 신설 |
| 위생 관리 | 영양교사 배치, HACCP 적용 | 영양교사 제도(2004년), 식재료 이력 관리 | 위생인증 보유 주방 55.4% |
| 확대 방식 | 저소득층부터 단계 확대 | 식재료비 보호자 부담, 지자체별 지원 | 전국 동시 확대 후 축소 조정 |
| 자료: 한국 학교급식법(2006년 개정), 일본 문부과학성 학교급식법·식육기본법, 인도네시아 국립영양청·정부 공보처 발표, 2026년 7월 기준 | |||
세 나라 가운데 조리를 학교 밖에 맡긴 곳은 인도네시아뿐입니다.
일본은 더 긴 시간을 썼습니다. 속도가 달랐습니다. 1954년 학교급식법으로 틀을 세운 뒤 2004년 영양교사 제도를 만들고 2005년 식육기본법으로 급식을 교육과정 안에 넣기까지 반세기가 걸렸으며, 식재료비를 보호자가 부담하는 원칙도 그 사이에 굳어졌습니다. 한국이 2006년에 위험하다고 판단해 걷어낸 외부 위탁 구조가 인도네시아에서는 사업의 기본 설계로 들어가 있습니다.
무엇을 먼저 고쳐야 할까?
2026년 들어 대응은 빨라졌습니다. 4월에 대통령이 형편이 되는 가정의 자녀에게까지 일괄 배식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6월에는 신규 주방 건설을 멈춘 뒤 아직 손이 닿지 않은 소외 지역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같은 달 검찰도 움직였습니다. 6월 3일 전 국립영양청장 다단 힌다야나(Dadan Hindayana)가 구속됐고, 재단 선정과 조달을 둘러싼 혐의로 7월까지 입건된 사람이 7명으로 늘었습니다.
7월에는 청장이 다시 바뀌었습니다. 신임 수다르요노(Sudaryono) 청장은 취임 일주일 만인 7월 27일 기준을 못 맞춘 주방 833곳의 운영을 영구 정지하고 직원 261명을 내보냈습니다. 대금도 함께 끊었습니다. 학부모가 자녀의 식단과 조리 주방을 확인하는 공개 시스템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는데, 조달 단계에 몰려 있던 감시망을 배식 이후까지 넓히려는 조치로 읽힙니다. (인도네시아 무상급식 메뉴 비교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