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해외로 나갈 때 주로 어디를 향할까요. 인도네시아 통계청(BPS)이 2026년 3월 기준으로 집계한 선호 국가 순위를 보면, 답은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 있습니다. 말레이시아가 29.73%로 1위입니다. 인도네시아 출국자 10명 중 약 3명이 말레이시아를 고른 셈입니다.
인도네시아 관광객이 선호하는 해외 여행지
순위표를 처음 보면 의외라는 느낌이 듭니다. 흔히 떠올리는 화려한 관광지보다, 가깝고 익숙한 나라가 위쪽을 차지하고 있어서입니다. 이 순위를 제대로 읽으려면 숫자보다 그 숫자가 만들어진 맥락을 함께 봐야 합니다.
| 순위 | 국가 | 선호도 비율 |
|---|---|---|
| 1위 | 말레이시아 | 29.73% |
| 2위 | 사우디아라비아 | 13.79% |
| 3위 | 싱가포르 | 13.79% |
| 4위 | 중국 | 10.69% |
| 5위 | 일본 | 5.82% |
| 6위 | 태국 | 4.39% |
| 7위 | 동티모르 | 2.54% |
| 8위 | 호주 | 2.42% |
| 9위 | 베트남 | 2.37% |
| 10위 | 대한민국 | 2.21% |
거리와 비용이 순위를 거의 설명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가 나란히 위쪽에 자리 잡은 이유는 비슷합니다. 둘 다 인도네시아에서 가깝습니다. 자카르타나 수라바야에서 쿠알라룸푸르, 페낭, 싱가포르로 가는 저가 항공 노선이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비행시간이 짧고 항공권이 싸면, 목적지를 고민하는 시간 자체가 줄어듭니다.
말레이시아에는 언어와 종교라는 요소가 더해집니다. 인도네시아어와 말레이어는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웬만한 의사소통이 됩니다. 무슬림 인구가 많은 나라답게 할랄 음식점을 찾는 수고도 거의 없습니다. 낯선 곳에서 끼니마다 메뉴를 검색하지 않아도 되니, 여행의 피로가 한결 줄어듭니다.
한 가지 덜 알려진 흐름도 있습니다. 페낭을 찾는 인도네시아인 중 상당수는 관광이 아니라 진료를 목적으로 움직입니다. 의료 관광 수요가 말레이시아 방문자 통계의 한 축을 받치고 있는 편입니다.
중국이 4위(10.69%)라는 점도 같은 결을 보여줍니다. 자연경관 패키지의 인기도 있지만, 교역과 사업 목적의 왕래가 방문자 수를 꾸준히 떠받칩니다. 순위 위쪽은 ‘설레는 여행지’보다 ‘갈 일이 있는 나라’로 채워져 있는 셈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2위를 휴가지로 읽으면 곤란
사우디아라비아가 13.79%로 싱가포르와 공동 2위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나머지 아홉 나라와 같은 잣대로 보면 순위를 잘못 읽게 됩니다.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나는 인도네시아인 대다수는 성지순례, 즉 하지와 움라를 위해 출국합니다. 휴가라기보다 종교적 의무에 가깝습니다. 하지는 대기 기간이 길어 한 해 인원이 정해져 있지만, 움라는 시기 제약이 적어 1년 내내 사람이 움직입니다. 그래서 2위 자리는 ‘가고 싶은 나라’가 아니라 ‘해마다 일정하게 나가는 나라’에 더 가깝습니다.
이렇게 보면 BPS 순위가 측정하는 대상이 다르게 읽힙니다. 순수한 여행 선호도라기보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국경을 넘는지 보여주는 지도에 가깝습니다. 같은 2위인 싱가포르가 이 차이를 더 또렷하게 합니다. 쇼핑과 콘서트, 도시 인프라를 보러 가는 싱가포르와 평생의 숙원을 풀러 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한 칸에 나란히 놓여 있으니까요.
한류가 강해도 한국은 10위에 머물러
한국인이라면 이 순위에서 한국의 위치가 가장 눈에 걸릴지도 모릅니다. K-팝과 K-드라마의 인기를 떠올리면 한국이 더 위에 있을 듯하지만, 실제 자리는 10위, 2.21%입니다.
문화적 호감과 실제 항공권 구매는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콘텐츠로 쌓인 관심은 분명히 있지만, 그 관심이 7시간 비행과 겨울 항공권 가격까지 이겨 내지는 못합니다. 한국을 찾는 인도네시아 여행객은 주로 젊은 여성층이고, 눈이나 벚꽃처럼 인도네시아에 없는 계절을 경험하려는 동기가 큽니다. 수요의 폭이 아직 좁은 편입니다.
일본이 5위라는 점과 견주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일본도 멀지만 애니메이션과 게임, 미식처럼 여행을 끌어낼 콘텐츠의 폭이 넓고, 엔화 약세까지 겹쳐 출발 문턱이 낮아졌습니다. 한국은 브랜드 인지도에서 순위보다 앞서 있지만, 그 인지도를 실제 출국으로 바꿔 줄 통로가 일본만큼 다양하지 않습니다.
다음 순위표에서 바뀔 자리는 어디?
동남아시아 안에서 저가 항공 노선이 다양해지고, 패키지보다 자유여행을 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이 이어지면 순위의 아래쪽, 그러니까 2~5% 구간이 가장 먼저 흔들릴 가능성이 큽니다. 베트남이 다낭을 앞세워 빠르게 올라온 것처럼, 새 코스를 잘 묶어내는 나라가 일본과 한국의 자리를 넘볼 수 있습니다.
한국 관광업계라면 질문을 한 번 바꿔 볼 만합니다. ‘어떻게 하면 한국을 더 알릴까’가 아니라, 이미 쌓인 호감을 7시간 비행과 겨울 항공권이라는 장벽 너머로 어떻게 끌고 올 것인가입니다. 직항 노선, 비수기 가격, 무슬림 여행객을 위한 편의가 그 통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