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본은 무자격자를 인도네시아 학교로 보낼까?

일본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 자카르타 사무소는 일본어 교육 보조 인력인 니혼고 파트너스(NIHONGO Partners)를 인도네시아 학교들에 파견하고 있습니다. 눈여겨 볼 것은 일본이 인도네시아 한 나라에 배치하는 인원이, 한국이 전 세계에 내보내는 초·중등학교 한국어 교원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니혼고 파트너스가 낮춘 문턱

니혼고 파트너스는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운영하는 사업으로, 아시아의 중·고등학교에 일본인을 보내 현지 일본어 교사를 돕게 합니다. 2014년에 시작했고, 2013년 12월 일본·ASEAN 특별정상회의에서 발표한 ‘문화의 WA(和·環·輪) 프로젝트’의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2023년 12월 정상회의에서 ‘WA 2.0’이 나오면서 2024년도부터 10년을 더 이어가기로 정해졌습니다.

설계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지원 자격입니다. 만 20세부터 만 69세까지의 일본 국적자면 되고, 일본어 교사 자격증도 교육 경력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남은 조건은 일상 영어회화와 약 4주간의 파견 전 연수 참가 두 가지뿐입니다. 파견된 일본인은 현지 교사의 수업을 돕고 회화 상대가 되며, 교실 밖에서 일본 문화를 소개합니다.

문턱을 낮춘 대가는 규모로 돌아왔습니다. 2024년까지 누적 3,000명 넘게 나갔고, 인도네시아는 아시아에서 이 인원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가 됐습니다. 2026년도 공고에는 인도네시아 26기와 27기에 각각 60명, 태국 15기에 60명, 베트남 14기에 40명이 배정돼 있습니다. 26기의 파견 기간은 2027년 8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여덟 달입니다. 대상은 아시아로 묶여 있지만 인도와 대만, 몽골도 들어가 있습니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은 니혼고 파트너스 프로그램을 통해 인도네시아 전역엥 일본어 보조교사를 파견하고 있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은 니혼고 파트너스 프로그램을 통해 인도네시아 전역엥 일본어 보조교사를 파견하고 있다

중국은 루반 공방에 집중

중국도 같은 성격의 사업을 운영합니다. 교육부 산하 중외언어교류협력센터(中外语言交流合作中心)가 국제중문교육 자원봉사자(国际中文教育志愿者)를 모집해 해외 학교와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으로 보냅니다. 임기는 보통 한 학년입니다.

규모만 보면 일본을 압도합니다. 2025년 모집 공고는 29개국 약 1,440명이었는데, 2026년 공고에서는 28개국 약 1,230명으로 줄었습니다. 1년 사이 200명 넘게 빠진 셈입니다. 지원 대상도 졸업 예정자와 재학 대학원생, 기존 봉사자 위주여서 일본처럼 주부와 은퇴 세대까지 끌어오는 구조는 아닙니다.

사람이 줄어든 자리를 설비와 표준이 채우고 있습니다. 2016년 태국에 1호가 선 루반 공방(鲁班工坊)은 2025년 9월 중국 교육부 발표 기준 36개까지 늘었습니다. 직업기술 교육과 중국어 교육을 붙여 놓은 형태여서, 현지 학생은 중국 설비와 중국 기술 표준을 익힌 상태로 노동시장에 들어갑니다. 교사를 몇 명 보냈는지보다 실습실에 어느 나라 장비가 놓였는지가 더 오래 남습니다.

왜 인도네시아에 몰리는가

인도네시아는 일본어 학습 수요가 이미 세계 최상위입니다. 국제교류기금의 2024년도 해외 일본어교육기관 조사에서 학습자 수는 중국에 이어 2위, 기관 수는 1위였습니다. 학습자 대부분이 고등학생이고, 그중에서도 직업고등학교(SMK) 비중이 큽니다.

수요는 이만큼 큰데 가르칠 일본인이 없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인도네시아 중등교육 일본어 교사 가운데 일본어 모어 화자 비율은 0.19%로 집계됐습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일본인과 일본어로 말해 볼 기회가 사실상 없고, 국제교류기금은 그 빈자리에 보조 인력을 꽂아 넣습니다.

수요의 성격도 달라졌습니다. 일본이 특정기능 제도를 시작하고 인도네시아 정부가 대일 인력 송출을 강화하면서 일본어를 배우는 목적이 취업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13개국 명단에 없는 나라

한국에도 같은 성격의 사업이 있습니다. 교육부와 국립국제교육원이 운영하는 해외 현지 초·중등학교 한국어교원 파견 사업은 한국어반을 열기 어려운 나라에 교원을 보냅니다. 2011년 태국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21개국에 1,024명이 나갔고, 2026년 파견 규모는 13개국 93명입니다.

명단을 펼쳐 보면 상반기에 태국·인도·필리핀·브라질 네 나라로 52명이 갔고, 하반기에는 우즈베키스탄과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 아홉 나라에 41명이 배치됩니다. 인도네시아는 없습니다.

구분일본 니혼고 파트너스중국 국제중문교육 자원봉사자한국 초·중등 한국어교원 파견
운영 기관국제교류기금교육부 중외언어교류협력센터교육부·국립국제교육원
연간 규모인도네시아 한 나라 120명(26·27기 각 60명)전 세계 약 1,230명13개국 93명
지원 자격만 20~69세 일본 국적, 교사 자격 불요졸업 예정자·재학 대학원생 등한국어교원 자격증 소지자
대상 범위아시아 10개국·지역28개국13개국
누적 파견3,000명 이상(2014~2024년)확인 불가1,024명(2011~2025년)
자료: 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중외언어교류협력센터·교육부, 2026년 기준

일본이 인도네시아 한 나라에 배정한 인원은 120명, 한국이 열세 개 나라에 나눠 보낸 인원은 93명입니다.

우즈베키스탄을 보면 배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드러납니다. 한국어반을 운영하는 학교가 2021년 38개교에서 2025년 150개교로, 학생은 7,980명에서 2만 2,936명으로 늘었습니다. 현지 정부는 수당을 지원하겠다며 한국어 교원을 직접 초청했습니다. 요청이 오는 만큼 배정되는 구조이니, 인도네시아가 빠진 대목은 현지 수요보다 요청과 협의 경로 쪽을 먼저 봐야 합니다.

병목을 만든 자격 요건

한국어 교원을 내보내는 다른 축은 세종학당재단입니다. 세종학당은 2025년 12월 기준 87개국 252개소로 늘었고, 재단은 2026년 파견 교원을 127명 뽑기로 했습니다. 2025년 113명에서 늘린 숫자입니다. 2026년 3월 기준으로 57개국 118개소에서 218명이 활동 중입니다.

두 사업 모두 한국어교원 자격증 소지자를 전제로 합니다. 교육의 질은 확보되지만, 뽑을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자격증 발급 규모에 묶입니다. 교육부가 2026년 하반기 선발에서 교육 경력 3년 미만 초임 교원 위주로 뽑겠다고 밝힌 것도 인력 풀을 넓히려는 조정으로 읽힙니다.

예산 주체가 흩어져 있는 문제도 남습니다. 초·중등학교는 교육부, 세종학당은 문화체육관광부, 봉사단은 외교부와 KOICA로 갈라져 있습니다. 한 사업에 수백 명을 한꺼번에 실어 보내는 방식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니혼고 파트너스의 강점은 교육 내용보다 공급 구조에 있습니다. 자격을 요구하지 않으니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니 한 나라에 100명 단위로 넣습니다. 한국은 자격을 갖춘 교원을 보내는 쪽을 택했고, 그 대신 수요가 큰 나라가 그해 명단에서 통째로 빠지는 일을 감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