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며느리가 60살 시어머니의 손을 잡아 자신의 이마에 갖다 댑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어른께 드리는 가장 정중한 인사, 살람(salam)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큰절에 가까운 동작입니다. 페칸바루 룸바이의 한 거실, 4월 29일 오전 10시 무렵의 장면입니다.
인도네시아 페칸바루 노인 살인사건
그로부터 약 4분 뒤, 시어머니는 부엌 바닥에 누워 있었습니다.
살람 한 번이 살해의 신호가 된 4분
이 사건의 첫 장면을 그대로 담은 영상이 CCTV에 남아 있었습니다. 검은색 자동차 한 대가 집 앞 도로변에 멈춥니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모두 네 명. 검은 옷의 여성과 파란 후드의 여성이 먼저 마당에 들어섰고, 남자 둘은 한발 떨어져 뒤를 따랐습니다.

방에서 나와 문을 연 시어머니 D(60세) 씨는 며느리의 얼굴을 보고 마음을 놓았을 겁니다. 검은 옷차림의 여성은 며느리 AF, 본명 아니사 플로렌시아(21세)였습니다. AF는 시어머니의 손을 자기 이마에 갖다 대며 살람을 했고, 거실 소파로 자리를 옮깁니다. 짧은 인사가 오갑니다.
“오랜만에 왔구나, 어쩐 일이니.”
시어머니의 마지막 말이 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을 겁니다.
공기가 바뀐 건 한 남자가 들어선 직후였습니다. AF의 시리(siri, 신고하지 않은 이슬람식 결혼) 남편 SL, 본명 슬라멧(34세)이었습니다. 그는 자기를 온라인 오토바이 택시 기사라고 둘러댔습니다. “아드님이 결제하지 않은 30만 루피아가 있습니다.” 시어머니는 그런 주문을 한 적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 전, 등 뒤에 숨겨두었던 각목이 머리를 향해 떨어졌습니다.
다섯 번이었습니다.
피해자 D 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며느리는 모든 장면을 두 발짝 떨어진 소파에서 지켜봤습니다.
메단에서 페칸바루로 달려온 차 안의 결정
리아우 경찰청은 일당이 어디서 출발해 어디서 마음을 굳혔는지 단계별로 공개했습니다. 출발점은 수마트라 북쪽 도시 메단. 차에는 네 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AF, SL, 그리고 친구 둘 L(리스벳, 22세)과 EW(에르완디 또는 이완, 39세)였습니다.
처음 계획은 ‘훔치자’였습니다. 페칸바루로 향하는 도로 어디쯤에서, 그 계획은 ‘없애자’로 바뀝니다.
이번이 첫 침입은 아니었습니다. 일당은 4월 8일에도 같은 집에 들이닥쳐 현금 400만 루피아를 가져갔습니다. 그날에는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가족은 며느리를 의심합니다. AF가 집을 떠난 뒤 자꾸 물건이 사라지던 까닭을 그제야 짐작한 셈입니다. 그래서 가족은 거실에 CCTV를 달았습니다.
그 카메라가 21일 뒤, 자신을 향해 다가올 죽음을 모두 기록하게 됩니다.
네 명 전원의 소변에서 암페타민이 검출됐습니다. 흔히 엑스터시로 부르는 흥분제입니다. 경찰은 그 약물이 잔혹한 살해의 방아쇠가 됐다고 봅니다.
부엌으로 끌려간 시신, 그리고 30만 루피아의 거짓말
각목을 휘두른 SL의 시선이 천장 모서리에 걸렸습니다. CCTV였습니다. 그는 곧바로 카메라를 향해 같은 각목을 휘둘렀고, 카메라는 박살이 났습니다. 하지만 영상 일부는 이미 별도 저장 장치로 흘러간 뒤였습니다.
그 사실을 그들은 몰랐습니다.
SL이 시신을 부엌으로 끌고 가는 사이, AF와 L, EW는 집 안을 훑기 시작합니다. 가져간 물건의 목록은 짧지 않습니다.
- 금팔찌, 귀고리, 반지, 목걸이, 핀, 보석함
- 노트북, 휴대전화, 스피커, 시계, 망원경
- 싱가포르 달러 현금(100달러 7장, 50달러 5장, 10달러 2장, 2달러 9장, 5달러 1장)
집에 들어선 지 약 30분 만의 일입니다. 외출에서 돌아온 남편 살몬 메나 씨가 거실에서 마주한 풍경이 이것이었습니다. 네 명은 곧바로 리아우주를 벗어났습니다. 경찰은 4월 30일 아체 주에서 AF와 SL을, 다음 날 수마트라 우타라주 빈자이에서 L과 EW를 체포합니다. 적용 혐의는 계획 살인과 사망을 부른 강력 절도. 인도네시아 형법상 최고 사형까지 가능한 죄목입니다.
며느리는 왜 시어머니를 골랐는가
AF가 시어머니를 처음 만난 건 2022년이었습니다. 그해 AF는 피해자의 아들 아르놀드 씨와 결혼합니다. 아르놀드 씨는 장애(ABK, anak berkebutuhan khusus)가 있었습니다. 결혼 이듬해 AF는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집을 떠납니다. 그리고 SL과 시리로 새 살림을 차렸습니다.
경찰이 밝힌 살해 동기는 ‘사킷 하티(sakit hati)‘. 한국어에 가장 가까운 표현을 찾자면 ‘맺힌 한’에 해당합니다. 거기에 시어머니가 가진 금붙이와 외화에 대한 욕심이 더해졌습니다.
이 사건이 인도네시아 사회를 깊이 흔드는 이유는 여럿입니다. 가족이 가족을 골랐고, 가장 정중한 인사 다음에 가장 잔인한 폭력이 이어졌으며, 가족이 CCTV를 단 그 의심 하나만이 사건의 윤곽을 가까스로 붙들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남편 아르놀드 씨는 어머니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시아버지 살몬 메나 씨가 며느리에게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보도된 사실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4월 29일 오전 페칸바루 룸바이의 거실에서 시작된 그 4분의 시간은, 한 가족의 남은 평생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