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좌측 통행·우측 통행 국가가 갈린 이유···동남아시아 운전 방향 정리

방콕에서 처음 택시를 탔을 때,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서 잠시 멈칫했습니다. 차선도 우리와 반대였습니다. 동남아시아는 한 권역 안에서도 좌측 통행과 우측 통행이 함께 굴러가는 지역입니다.

동남아 11개국 가운데 6개국이 좌측, 5개국이 우측 통행을 씁니다. 단순한 운전 습관 차이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식민 지배의 역사와 도시 인프라 설계 원칙이 같이 들어 있습니다. 여행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동남아시아 11개국 운전방향 정리

좌측과 우측을 가르는 기준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어느 시기에, 어느 나라의 영향을 받았는가입니다. 아래 표는 동남아시아 11개국 통행 방향 분포입니다.

좌측 통행 (Left)우측 통행 (Right)
브루나이 (Brunei)캄보디아 (Cambodia)
인도네시아 (Indonesia)라오스 (Laos)
말레이시아 (Malaysia)미얀마 (Myanmar)
싱가포르 (Singapore)필리핀 (Philippines)
태국 (Thailand)베트남 (Viet Nam)
동티모르 (Timor-Leste)

좌측 통행은 6개국입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브루나이·태국·동티모르가 여기에 속합니다. 본토 중부에서 남쪽 도서 지역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보입니다. 우측 통행은 5개국입니다.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필리핀·베트남이 그쪽 그룹입니다. 지도 위에 펼쳐 놓고 보면 동서로 무 자르듯 갈라지지는 않습니다. 옆 나라끼리 통행 방향이 다른 경우가 더 흔합니다. 이 어긋남은 지리가 아니라 역사가 그어 놓은 선이기 때문입니다.

식민지 시대 도로 설계가 지금도 남아 있는 이유

좌측 통행을 쓰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영국의 직간접적 영향입니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브루나이는 영국 식민지 또는 보호국이었습니다. 영국은 일찍부터 좌측 통행을 표준으로 삼았고, 도로 폭과 차량 규격까지 함께 들여왔습니다.

태국은 식민 지배를 받지 않았지만 결과는 비슷합니다. 19세기 후반부터 영국과 활발히 교류하면서 기술과 표준을 받아들였습니다. 인도네시아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네덜란드가 지배한 시기에 정착됐는데, 18세기 무렵 네덜란드 본국이 좌측 통행을 쓰던 시절의 기준이 그대로 굳어졌습니다. 이후 본국이 우측으로 바꾼 뒤에도 식민지에 남은 표준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인도네시아 도로는 좌측 통행이다
인도네시아 도로는 좌측 통행이다

우측 통행 5개국 가운데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는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시절을 거쳤습니다. 프랑스는 나폴레옹 시대 이후 우측 통행을 확립한 나라입니다. 식민지 인프라를 깔 때 자국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 셈입니다. 필리핀은 또 사정이 다릅니다. 스페인 시절에는 좌측이었지만, 미국 통치기를 지나면서 우측으로 넘어갔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도로를 다시 깔면서 완전히 자리 잡았습니다.

미얀마는 왜 핸들과 통행 방향이 어긋날까

가장 독특한 사례는 미얀마입니다. 영국 식민지 시절 좌측 통행을 따랐지만, 1970년대에 정치적 결정으로 우측 통행으로 노선을 바꾼 나라입니다. 전환 자체는 정부 발표 한 번이면 끝나는 일이었습니다. 다만 도로 위 차량까지 같은 속도로 따라오지는 못했습니다. 지금도 미얀마 도로에는 우핸들 차량이 상당수 굴러다닙니다.

운전석이 오른쪽인 차로 우측 통행 도로를 달리는 풍경은 때로는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 추월할 때 마주 오는 차선이 시야에서 가려지기 때문입니다. 사고가 잦다는 지적도 꾸준합니다. 일본산 우핸들 중고차가 저렴해 시장 관성이 쉽게 꺾이지 않은 결과입니다. 도로 정책 하나가 차량 시장과 안전 통계까지 흔든다는 사실을, 미얀마가 매일 증명하는 중입니다.

국경을 넘을 때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감각

태국과 라오스, 태국과 캄보디아처럼 통행 방향이 바뀌는 국경에서는 회전 교차로나 X자형 교차로로 차선을 강제 전환하도록 설계해 둡니다. 표지판이 곧 생명입니다. 놓치면 그대로 역주행이 됩니다.

여행자가 더 자주 마주치는 위험은 길을 건널 때입니다. 좌측 통행 국가에서 평소 습관대로 왼쪽만 보고 발을 떼면, 오른쪽에서 오는 차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횡단보도에 서면 양방향을 모두 확인하는 습관이 안전을 좌우합니다.

렌터카를 빌릴 계획이라면 한 가지 더 챙길 점이 있습니다. 우핸들 차량은 깜빡이와 와이퍼 레버 위치가 우리가 익숙한 차와 반대 방향입니다. 작은 차이가 아닙니다. 좌회전을 하려다 와이퍼가 작동하는 일이 첫날에는 흔합니다.

다음 동남아시아 출장이나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가려는 도시가 좌측인지 우측인지부터 확인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도로 위 풍경에는 그 나라가 걸어온 시간이 솔직하게 남아 있습니다. 도로가 곧 역사책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