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에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는? 한국 영향력은?

동남아시아 전문 독립 연구 기관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ISEAS-Yusof Ishak Institute)가 동남아시아 11개국 응답자 2,008명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정치·전략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는 어디인가.

결과는 중국 40퍼센트, 미국 30퍼센트로 갈렸습니다. 일반 여론 조사와는 달리 학계, 정부, 민간, 시민사회 전문가가 직접 답한 수치여서 정책 영역의 시선이 그대로 담긴 셈입니다.

9개국 응답 분포가 그리는 지형

순위국가응답률
1중국40%
2미국30%
3ASEAN14.9%
4일본5.1%
5유럽연합(EU)3.5%
6호주1.8%
7인도1.6%
8한국1.1%
9영국0.6%

중국 40퍼센트는 지난 몇 년간 누적된 영향력의 결과입니다. 일대일로 인프라 투자, 무역 의존도, 남중국해를 둘러싼 군사·외교 활동이 같은 방향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미국 30퍼센트는 여전히 무겁습니다. 그러나 격차 10퍼센트포인트는 그 자체로 무거운 숫자입니다.

ASEAN이 자기 자신을 약 15퍼센트로 본 점도 짚어볼 만합니다. 미얀마 사태나 남중국해 분쟁 같은 지역 현안에서 ASEAN이 주도권을 잡지 못한 경험이 누적된 결과로 읽힙니다. 일본, EU, 호주, 인도, 한국, 영국이 한 자릿수에 머문 점도 같은 맥락입니다.

동남아시아 영향력
동남아시아에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는 중국으로 나타났다

10퍼센트포인트 격차가 만드는 외교적 압박

중국과 미국의 차이는 영향력의 체감에 가깝습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실제로 누구의 결정에 더 많이 흔들리느냐의 문제입니다. 안보 우산은 미국에 의존하면서 경제는 중국에 묶여 있는 이중 구조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으면 어느 쪽도 선뜻 답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같은 주요국은 ‘hedging’이라 불리는 균형 외교를 점점 정교하게 다듬어 왔습니다. 일본, EU, 호주와의 다층 협력도 이런 위험 분산 전략의 일부입니다.

한국에 남는 빈자리

한국은 이 조사에서 한 자릿수 영향력으로 분류됐습니다. K-콘텐츠와 K-팝이 만든 문화적 존재감과는 차이가 큽니다. 정치·전략 차원에서 한국은 아직 이 지역의 의사결정에 깊이 연동돼 있지 않은 셈입니다.

문화 자산은 이미 깔려 있고,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공급망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지 않습니다. 다만 안보·전략 협력이 같은 속도로 따라가지 못해 격차가 생겼습니다.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무엇을 약속하느냐보다, 약속한 것을 어떤 속도로 집행하느냐가 다음 조사 수치를 바꿀 변수입니다.

중국 40퍼센트가 더 굳어질지, 미국이 격차를 좁힐지, ASEAN이 자기 지분을 회복할지는 앞으로 몇 년 사이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한국이 어디쯤 자리 잡을지도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