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의 건설 현장, 싱가포르의 어느 가정집, 부산 앞바다의 어선 위. 이런 곳에서 인도네시아 사람을 마주치는 일은 이제 특별하지 않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고, 그만큼 국경 밖으로 나가 일하고 정착한 사람도 많습니다. 전 세계에 흩어진 인도네시아 커뮤니티를 다 더하면 1,500만 명을 훌쩍 넘습니다.
인도네시아 디아스포라 현황
말레이시아에 1,000만 명이 몰린 까닭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인이 사는 나라는 말레이시아입니다. 추정 규모가 약 1,000만 명. 2위인 네덜란드 170만 명과 비교하면 다섯 배가 넘는 차이입니다. 두 나라는 국경을 맞대고 있고, 말레이어와 인도네시아어는 서로 알아들을 만큼 가깝습니다. 건설과 농장, 가사 노동 현장으로 사람이 끊이지 않고 넘어갑니다. 몇 세대 전에 건너가 뿌리내린 혈통 공동체도 두껍게 자리 잡았습니다. 싱가포르에 50만 명이 사는 것도 비슷한 맥락인데, 이쪽은 가사 노동자와 전문직, 유학생 비중이 더 큰 편입니다.
인도네시아 경제 전문 매체 Warta Ekonomi에서 발표한 나라별 추정 규모를 한자리에 모으면 이동의 큰 줄기가 보입니다.
| 순위 | 국가 | 추정 규모 |
|---|---|---|
| 1 | 말레이시아 | 1,000만 명 |
| 2 | 네덜란드 | 170만 명 |
| 3 | 사우디아라비아 | 150만 명 |
| 4 | 싱가포르 | 50만 명 |
| 5 | 남아프리카공화국 | 30만 명 |
| 6 | 대만 | 30만 명 |
| 7 | 일본 | 23만 명 |
| 8 | 홍콩 | 20만 명 |
| 9 | 미국 | 15만 명 |
| 10 | UAE | 11 만명 |
| 11 | 수리남 | 10만 명 |
| 12 | 캄보디아 | 10만 명 |
| 13 | 호주 | 8만 명 |
| 14 | 한국 | 5만 명 |
| 15 | 카타르 | 4만 명 |
네덜란드와 수리남, 거리가 먼데 커뮤니티가 큰 이유
순위를 보다 보면 의아한 나라가 둘 있습니다. 네덜란드, 그리고 수리남.
네덜란드에 170만 명이 사는 건 식민 지배가 남긴 흔적입니다. 독립 과정에서 건너간 ‘인도(Indo)’ 혼혈 그룹과 그 후손이 커뮤니티의 중심을 이룹니다. 유럽 안에서는 인도네시아 문화의 기반이 가장 단단한 곳이기도 합니다. 수리남은 더 멉니다. 남미에 있는데도 10만 명이 넘게 삽니다. 과거 네덜란드 식민 정부가 자바인을 계약 노동자로 대거 옮겨 심은 결과입니다. 오늘날 수리남 인구의 약 15%가 자바계 인도네시아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의 이동은 늘 이런 역사의 경로를 따라갑니다.

중동과 동아시아로 향하는 최근의 발걸음
사우디아라비아에는 150만 명이 있습니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의 국민에게 사우디는 성지순례의 목적지이면서 동시에 큰 노동 시장입니다. UAE 11만 명, 카타르 4.5만 명도 건설과 서비스업 수요를 따라 커지는 중입니다.
동아시아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대만 30만 명, 일본 약 23만 명, 홍콩 20만 명, 한국 5만 명. 제조업과 어업, 돌봄 노동이 중심입니다. 한국은 고용허가제로 해마다 인도네시아 청년 수천 명이 들어옵니다. 요즘은 K-콘텐츠의 영향으로 유학생 비중도 올라가는 추세입니다.
이 숫자를 그대로 믿어도 될까
여기 적힌 규모는 전부 추정치입니다. 몇 가지를 감안하고 봐야 합니다. 네덜란드나 수리남은 혈통은 인도네시아인이어도 국적은 그 나라인 경우가 많습니다. 말레이시아처럼 가까운 나라에는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미등록 노동자도 적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큰 그림은 또렷합니다. 1,500만 명이 넘는 디아스포라는 본국으로 보내는 송금으로 경제를 떠받칩니다. 동시에 나시고랭과 사테 같은 음식을 현지에 퍼뜨리는 민간 외교관 노릇도 합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디아스포라 카드(KMIL)를 발급하며 해외 자국민과 후손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으려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과거의 강제 이주와 생계형 이주에서 출발한 흐름이 지금은 교육과 전문직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의 인도네시아 커뮤니티는 어느 나라 지도 위에서 더 크게 자라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