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성별 격차가 가장 낮은 곳은 어디일까?

인도네시아에서 성별 격차가 가장 좁은 곳은 수도 자카르타(Jakarta)입니다. 통계청(BPS)이 내놓은 2025년 성불평등지수(IKG, Indeks Ketimpangan Gender)에서 자카르타는 0.144로 전국 38개 주 가운데 맨 앞에 섰습니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남녀 격차가 작다는 뜻입니다.

전국 평균은 0.402였습니다. 2024년 0.421에서 0.019포인트 내려간 값입니다. 하락은 5년째 이어졌습니다. 2020년 0.472에서 해마다 조금씩 줄어 왔습니다.

상위 10곳은 왜 자바에 쏠렸나

상위 10곳을 늘어놓으면 절반이 자바섬(Jawa)에 몰려 있습니다. 쏠림이 뚜렷합니다. 자바의 주들이 윗자리를 채우고, 수마트라와 술라웨시, 칼리만탄의 몇몇 주가 그 아래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순위성불평등지수(IKG)
1자카르타 특별주(DKI Jakarta)0.144
2족자카르타 특별주(DI Yogyakarta)0.153
3발리(Bali)0.178
4중부 자바(Jawa Tengah)0.225
5리아우 제도(Kepulauan Riau)0.290
6방카벨리퉁 제도(Kep. Bangka Belitung)0.308
7동부 자바(Jawa Timur)0.329
8남술라웨시(Sulawesi Selatan)0.336
9북칼리만탄(Kalimantan Utara)0.340
10북술라웨시(Sulawesi Utara)0.340
자료: 통계청(BPS) 성불평등지수(IKG), 2025년 기준

0.200에 못 미친 곳은 자카르타, 족자카르타, 발리 세 곳뿐입니다.

이 세 곳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도시화가 앞서 있습니다. 교육 기관과 의료 시설이 모여 있고, 서비스업과 관광이 발달해 여성이 일할 자리가 넓은 편입니다. 자카르타는 행정과 경제가 겹치는 중심지라 여성의 사회 진출 통로가 가장 열려 있습니다.

다만 낮은 지수를 곧장 ‘여성이 살기 좋은 곳’으로 읽으면 성급합니다. 이 숫자는 남녀의 ‘차이’를 잽니다. 여성의 절대적인 형편이 아니라, 남성과 얼마나 벌어졌는지를 봅니다.

자카르타와 파푸아, 0.440의 거리

눈을 전국으로 넓히면 그림이 바뀝니다. 가장 높은 곳은 파푸아 페구눙안(Papua Pegunungan)으로 0.584였습니다. 자카르타와의 차이는 0.440포인트입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 여성이 놓인 환경이 주마다 다른 층위에 있다는 뜻입니다. 전국 평균을 웃도는 주는 21곳이었습니다. 동부로 갈수록 지수가 올라갑니다. 지리가 곧 격차로 이어집니다.

신설된 파푸아의 여러 주는 지형이 험해 기본적인 출산 의료에 닿기 어렵습니다. 교육 기회가 좁고 조혼도 잦은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공 부문과 의회에서 여성의 자리는 특히 좁습니다.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에서 성별격차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에서 성별격차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불평등지수가 재는 세 가지

성불평등지수(IKG)는 세 가지 차원을 묶어 만듭니다. 무엇을 재는지 알면 각 지역이 어디를 손봐야 할지도 드러납니다.

첫째는 출산 보건입니다. 전문 의료 시설 밖에서 아이를 낳는 비율, 스무 살 이전에 첫 출산을 하는 비율을 봅니다. 시설 밖 출산 지표는 2024년 0.094에서 2025년 0.077로 내려갔습니다. 이 개선이 전국 지수를 끌어내린 힘의 하나였습니다.

둘째는 권한 부여입니다. 25세 이상에서 고등학교 이상을 마친 남녀 비율의 차이, 그리고 의회 안 여성의 몫을 봅니다. 교육 격차는 꾸준히 좁혀지고 있습니다. 반면 정치 대표성은 세 차원 중 개선이 가장 더딘 자리입니다. 여성이 의사결정 기구에 들어가는 문은 아직 좁습니다.

셋째는 노동시장 참여입니다. 남녀의 경제활동참가율 차이를 잽니다. 여성 참가율은 2024년 56.42%에서 2025년 56.63%로 조금 올랐습니다. 남성의 높은 참가율과 견주면 간격은 여전히 넓습니다.

낮은 격차가 좋은 삶은 아냐

여기서 앞의 구분이 다시 걸립니다. 성불평등지수는 굵은 구조만 묶습니다. 출산 보건, 교육 이수, 의회 비율, 경제활동참가율. 축은 여기까지입니다.

자카르타의 지수가 0.144로 낮다고 해서, 그곳 여성이 유리천장이나 경력 단절, 임금 격차, 일상의 안전에서 벗어났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수는 이런 항목을 담지 않습니다. 돌봄 노동의 무게도, 일자리의 질도 이 계산에는 빠져 있습니다.

노동시장 지표도 그렇습니다. 참가율이 오른다고 좋은 일자리가 늘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여성이 비정규직이나 비공식 부문에 몰려 있어도 참가율은 올라갑니다. 좋아 보이는 숫자에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한국이 보여준 지표의 착시

인도네시아의 IKG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성불평등지수(GII)를 본떠 만든 지표입니다. 출산 보건, 권한 부여, 노동 참여라는 뼈대가 같습니다. 이 GII에서 한국은 오래 상위권이었습니다. 2023년 기준 세계 12위 안팎으로 꼽혔습니다. 그런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성격차지수에서는 100위권 밖으로 밀립니다.

같은 나라가 왜 이렇게 갈릴까요. 두 지표가 서로 다른 것을 재기 때문입니다. GII는 발전 수준이 높으면 점수가 따라 오릅니다. 남녀가 똑같이 어려운 환경에 있어도, 차이가 작다는 이유로 순위가 높게 나오기도 합니다. 성격차지수는 임금이나 대표성처럼 남녀 비율 자체를 파고듭니다.

인도네시아의 순위표도 같은 눈으로 봐야 합니다. 자카르타가 맨 위라는 사실은, 그곳에서 남녀의 구조적 격차가 가장 작다는 정보까지입니다. 그 너머는 말해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성별 격차를 말할 때 질문이 하나 더 붙습니다. 순위표 맨 위의 숫자를, 우리는 ‘여성이 살기 좋은 곳’으로 읽어도 될까요. 아니면 ‘남녀가 비슷한 출발선에 선 곳’까지만 읽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