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서 짱구로 향하는 길은 발리에서 정체가 가장 심한 축으로 꼽힙니다. 2024년에 이 구간을 뚫겠다며 시작한 사업은 지하철이었습니다. 그런데 2026년 8월 발리 주정부가 다시 내놓은 답은 2조 2,000억 루피아(약 1억 2,300만 달러)짜리 발리 전기 트램입니다.
발리 전기 트램, 공항–짱구 노선 전격 정리
발리 지하철 착공식 2년이 지났지만
2024년 9월 4일, 꾸따 센트랄 파르키르에서 발리 도시철도(Bali Urban Subway) 착공식이 열렸습니다. 1단계는 공항에서 꾸따·스미냑·브라와를 거쳐 체마기까지 16km, 2단계는 공항에서 짐바란·우다야나대학을 지나 누사두아까지 13.5km로 설계됐습니다. 1·2단계 투자액만 108억 달러, 루피아로 환산하면 175조 규모였습니다. (관련글: 발리에 경전철 건설되나?···철도공단, 인도네시아 발리 경전철 타당성조사)
문제는 그 뒤였습니다. 2026년 4월까지도 실제 굴착은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4월 8일 국회 제5상임위원회에서 두디 뿌르와간디 교통부 장관은 발리 도시철도와 경전철에 관심을 보인 투자자는 있었으나 실제로 협의를 위해 찾아온 곳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장관이 그 자리에서 대안으로 언급한 것은 수상 택시였습니다.
착공식은 자금 조달이 끝났다는 신호가 아니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지방 인프라 사업에서 의례적 기공식과 실제 공사 개시 사이에 몇 년의 공백이 생기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발리 전기 트램의 계산법
이번에 선택된 방식은 자율주행 트램(Autonomous Rail Transit, ART)입니다. 철제 선로를 깔지 않고 도로 표면에 표시한 가상 궤도를 센서로 인식해 달리는 고무 타이어 차량으로, 겉모습은 전차에 가깝지만 구조는 굴절버스에 더 가깝습니다.
2026년 8월 자카르타 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총사업비는 2조 2,000억 루피아이고, 공항–짱구 구간인 1단계에 1조 2,000억 루피아, 노선 연장을 포함한 2단계에 1조 루피아가 잡혀 있습니다. 재원 조달과 운영에는 국영철도공사 PT KAI가 참여하는 구도입니다. 와얀 코스터 주지사는 8월 7일 꾸따에서 기자들에게 지하철 구상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며 2027년에 ART를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80분의 1이라는 격차
지하철 1·2단계 175조 루피아와 트램 전체 2조 2,000억 루피아를 나란히 놓으면 약 80분의 1입니다. 발리 도시철도가 지하 터널로 계획한 노선을 자율주행 트램은 기존 지상 도로 위에서 소화합니다.
| 구분 | 발리 도시철도(MRT) | 자율주행 트램(ART) |
|---|---|---|
| 발표 시점 | 2024년 9월 착공식 | 2026년 8월 전환 발표 |
| 주행 방식 | 지하 터널, 표준궤 복선 | 지상 도로, 고무 타이어 무궤도 |
| 1단계 구간 | 공항–꾸따–스미냑–브라와–체마기 16km | 공항–짱구(중간 경유지 미확정) |
| 사업비 | 1·2단계 108억 달러(약 175조 루피아) | 전체 2조 2,000억 루피아(약 1억 2,300만 달러) |
| 착공 목표 | 2024년(2026년 4월까지 미착수) | 2027년(주지사령 제정 후) |
| 사업 주체 | 민간 컨소시엄 투자 유치 | PT KAI 참여, 주정부 주도 |
| 자료: 안타라·자카르타글로브(2024), 자카르타 포스트·누사발리·JPNN(2026) 보도 종합 | ||
지하철은 도로 사정과 무관하게 달리는 대신 터널 굴착과 지하 역사 비용을 감당해야 했고, 트램은 그 비용을 덜어낸 대가로 도로 위 조건을 그대로 떠안습니다. 발리가 해결하려던 문제가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정체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문제의 무대와 해법의 무대가 이번에는 같아졌습니다.
전용 차선은 새 도로에서
그렇다면 좁은 짱구 도로에서 차선 하나를 트램에 내주면 나머지 차량은 어떻게 되느냐는 의문이 남습니다. 바둥군의 답은 기존 도로를 건드리지 않는 쪽입니다. 아디 아르나와 바둥군수는 2026년 8월 초 PT KAI 경영진과 만난 자리에서 폭 24m 규모의 도로 코리도(Corridor)를 새로 만들어 그 안에 트램 노선을 넣겠다고 설명했습니다.
24m 가운데 중앙분리대에 1m, 좌우 보도에 각 2m를 두고 건축선 후퇴 3m를 다시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군수는 전용 차선 없이 대중교통을 만들면 실패한다는 말을 그 자리에서 덧붙였습니다. 꾸따 센트랄 파르키르 일대 약 1ha 부지에는 환승주차장을 두어, 승용차를 세우고 트램으로 갈아타게 하는 구조도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용 차선 딜레마는 이 계획으로 해소됩니다. 대신 부담이 자리를 옮깁니다. 짱구와 스미냑 일대는 발리에서 지가가 가장 높은 축에 속하고, 도로변에는 상가와 숙박시설, 주택, 사원(Pura)이 촘촘히 들어서 있습니다. 24m 코리도를 실제로 확보하려면 이 땅을 사들여야 하고, 그 비용이 1단계 예산 1조 2,000억 루피아 안에 들어올지는 아직 공개된 근거가 없습니다.
수요 쪽 숫자는 사업의 방향 자체는 뒷받침합니다. BPS 발리 자료를 인용한 현지 보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발리의 등록 차량은 이륜차 452만여 대를 포함해 520만 대를 넘겼고, 이는 발리 인구를 웃도는 규모입니다. 도로 면적은 그만큼 늘지 않았습니다.
노선은 어떻게 정해지나
계획을 말하는 주체가 둘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주정부는 선로 없는 ART를 못 박았고, 바둥군의 도로 코리도 설명에는 트램 궤도를 놓을 자리가 명시돼 있습니다. 무궤도 차량과 궤도 부설은 공사 범위도 비용 구조도 다릅니다.
코스터 주지사는 8월 7일 발표에서 정확한 노선 위치와 예산 배분을 밝히지 않았고, 총사업비 수치는 며칠 뒤 언론 보도로 알려졌습니다. 공식 공간계획에는 ART 항목이 여전히 비어 있습니다. 무엇을 어디에 짓는지가 문서로 확정되는 시점은 주지사령이 나온 뒤입니다.
발리 전기 트램이 2027년에 첫 삽을 뜬다면 공항에서 짱구까지의 이동은 달라질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2024년 착공식이 남긴 기록을 감안하면, 다음에 확인할 신호는 개통 예정일보다 주지사령의 고시일과 토지 취득 예산의 편성 여부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