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부족별 대졸 비율 순위와 학력 격차

인도네시아에는 1,300개가 넘는 종족 및 하위 종족(Suku Bangsa dan Sub-suku)이 삽니다. 보통은 인구가 많은 종족이 모든 지표에서 앞설 거라 짐작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대학 졸업률을 보면 순서가 뒤집힙니다. 인도네시아 통계청(BPS)이 2020년 롱폼 센서스를 바탕으로 정리한 종족별 학사 이상 졸업 비율에서, 인구 1위 종족은 정상에 없습니다.

인구가 가장 많은 자바족이 대졸 비율에서는 8위

순위표의 비율은 전체 대졸자 가운데 그 종족이 차지하는 머릿수가 아닙니다. 각 종족 인구 중에서 학사 이상을 마친 사람의 비율입니다. 이 차이를 놓치면 표가 거꾸로 읽힙니다. 인도네시아 인구의 40% 이상인 자바족의 대졸 비율은 9.56%로 8위에 머뭅니다. 두 번째로 큰 순다족은 7.59%로 9위입니다. 그렇다고 두 종족의 대졸자가 적은 건 아닙니다. 모수가 워낙 커서 실제 졸업자 머릿수는 여전히 자바족과 순다족이 가장 많습니다. 비율과 절대 수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수마트라 기반의 바탁족과 미낭카바우족은 각각 18%대로 1·2위에 올랐습니다. 인구 규모로는 한참 아래인 종족이 정상을 차지한 셈입니다.

순위종족대졸 비율
1바탁(Batak)18.02%
2미낭카바우(Minangkabau)18.00%
3발리(Bali)14.54%
4부기스(Bugis)14.54%
5브타위(Betawi)14.38%
6말레이(Melayu)12.67%
7반자르(Banjar)11.24%
8자바(Jawa)9.56%
9순다(Sunda)7.59%
10마두라(Madura)4.15%

바탁과 미낭카바우를 1·2위로 끌어올린 건 소득이 아냐

바탁과 미낭카바우, 두 종족이 사는 수마트라 내륙과 산악지대는 자바나 발리보다 평균 소득이 높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습니다. 차이를 만든 건 돈이 아니라 교육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바탁 사회에는 ‘하모라온(Hamoraon)·하가베온(Hagabeon)·하상아폰(Hasangapon)’이라는 세 가지 가치가 있습니다. 각각 부, 자손, 명예를 뜻합니다. Anakkon hi do hamoraon di au(‘아낙콘히 도 하모라온 디 아우)’, 곧 ‘내 자식이 나의 재산’이라는 말이 이 가치를 압축합니다. 부모가 밭을 팔아서라도 자식을 대학에 보낸다는 정서가 여기서 나옵니다. 인도네시아 법조계와 공직에 바탁 출신이 두드러지는 배경입니다.

미낭카바우족은 모계 사회입니다. 재산이 여성 쪽으로 이어지니 남성은 일찍 고향을 떠납니다. 이 ‘므란타우(Merantau)’ 전통에서 배움은 타지에서 살아남는 무기였습니다. 자연을 스승으로 삼는 ‘Alam Takambang Jadi Guru(알람 타캄방 자디 구루)’ 학습관도 오래 이어졌습니다. 지식을 갖춘 사람을 ‘Cadiak Pandai(차디악 판다이)’로 높이는 문화 역시 같은 뿌리입니다. (관련글: 고향을 떠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 인도네시아 5대 이주 부족)

인도네시아 최고 사립대로 뽑힌 BINUS
인도네시아 최고 사립대로 뽑힌 BINUS

베타위·발리의 상위권은 가치관이 아니라 조건

같은 상위권이라도 브타위족과 발리족은 길이 다릅니다. 가치관보다 환경이 비율을 끌어올린 경우입니다. 자카르타 원주민인 브타위족(14.38%)은 명문대가 몰린 수도권에 삽니다. 이사하거나 섬을 건널 필요가 없습니다. 진학 비용 자체가 낮습니다. 발리족(14.54%)은 관광 산업이 만든 경제적 여유가 자녀 교육으로 이어졌습니다.

반대로 수마트라·칼리만탄·술라웨시 외곽 종족은 대학에 가려면 섬을 건너야 합니다. 물리적·재정적 문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접근성과 경제력은 졸업률을 끌어올리는 촉매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다만 바탁과 미낭카바우는 그 촉매가 약한데도 가치관만으로 1·2위에 올랐습니다.

정작 눈길이 가는 건 말레이족의 자리입니다. 수마트라 동부와 리아우 일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말레이족이 12.67%로 6위에 그쳤습니다. 같은 섬의 바탁·미낭카바우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마두라족은 4.15%로 가장 낮습니다. 결국 이 표가 던지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대학을 더 짓고 학자금을 늘리면 격차가 좁혀질까요, 아니면 교육이 가문의 운명을 바꾼다는 믿음부터 공유되어야 할까요. 인프라로 채울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여기서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