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국가별 인기 학과 지도로 읽는 아세안 경제

대학 전공 하나로 그 나라의 경제를 읽을 수 있을까요. 아세안(ASEAN) 11개국의 대학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고른 전공을 한 줄씩 늘어놓은 집계가 있습니다. 동남아 인기 학과의 분포도라 부를 만합니다. 어느 나라는 공학을 적었고, 어느 나라는 의학을 적었습니다.

배열은 선명합니다. 그런데 전공 이름이 같다고 그 나라의 사정까지 같지는 않습니다. 1인당 소득이 수십 배 벌어지는 두 나라가 나란히 공학 1위에 올라 있기도 합니다. 순위를 믿기 전에 이 숫자가 무엇을 센 결과인지도 함께 따져 볼 만합니다.

국가최고 인기 전공
브루나이(Brunei)공학
캄보디아(Cambodia)경영·관리
인도네시아(Indonesia)공학
라오스(Laos)경영학
말레이시아(Malaysia)의학
미얀마(Myanmar)공학
필리핀(Philippines)경영학·교육학
싱가포르(Singapore)공학
태국(Thailand)법학
동티모르(Timor-Leste)교육학
베트남(Vietnam)경영·관리
자료: 시아시아 스탯츠(Seasia stats) 자체 조사, 산정 기준·기준 연도 미공개

공학이 네 나라, 경영 계열이 네 나라, 나머지 세 나라는 의학·법학·교육학으로 하나씩 갈립니다.

공학 1위 네 나라가 부르는 기술자는 서로 달라

싱가포르에서 공학은 공장의 전공이 아닙니다. 2014년 시작된 스마트 네이션(Smart Nation) 구상 이후 정부는 인공지능과 반도체, 바이오테크, 핀테크 쪽으로 산업의 무게중심을 옮겨 왔습니다. 시스템을 설계하고 연구개발을 이끄는 사람이 가장 높은 값을 받습니다. 우수한 학생이 공학으로 흘러드는 배경입니다.

인도네시아가 부르는 기술자는 다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무대가 현장입니다. 2023년 개통한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누산타라 신수도 건설, 2018년 발표한 메이킹 인도네시아 4.0(Making Indonesia 4.0) 로드맵이 토목과 건축, 기계 인력을 해마다 대량으로 불러들입니다.

브루나이는 석유와 천연가스에 재정을 기대는 나라입니다. 자원 탐사와 플랜트 운영을 맡을 화공·기계 인력의 몸값이 높은 편입니다. 근래에는 경제 다각화를 내걸고 ICT와 청정에너지 인력도 키우는 중입니다. 미얀마는 사정이 훨씬 앞쪽에 있습니다. 도로와 전력이 여전히 모자라 기초 인프라를 세울 사람부터 급합니다. 1위 전공이 같다는 사실이 산업 구조가 같다는 뜻은 아닙니다.

인도네시아 최고 사립대로 뽑힌 BINUS
인도네시아 최고 사립대로 뽑힌 BINUS

경영학이 몰리는 나라는 공장이 아니라 관리자가 부족

베트남은 글로벌 공급망의 조립 거점으로 자리를 옮겨 왔습니다. 외국인직접투자가 밀려들면서 현지 법인이 늘었습니다. 공장을 돌릴 기술자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 공급망과 현지 인력을 관리할 사람이 함께 필요해졌습니다. 인사와 마케팅, 재무를 맡는 화이트칼라 자리가 그래서 빠르게 늘었습니다.

캄보디아는 청년 인구 비중이 높고 요식·관광·소매 같은 서비스업과 소규모 창업이 활발합니다. 복잡한 기술보다 실무를 빨리 익혀 시장에 들어가려는 선택이 경영 계열로 모입니다. 라오스에는 바다가 없습니다. 중국과 태국, 베트남 사이에서 교역 가교를 자처하면서 상업과 행정을 아는 인력이 대접받는 구조입니다.

필리핀은 두 전공이 나란히 정상에 있습니다. 고등교육위원회(CHED)의 학문군별 등록 통계에서도 경영 계열이 가장 큰 규모로 확인됩니다. 영어를 쓰는 청년들에게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PO) 센터는 가장 가까운 고소득 일자리입니다. 교육학은 시선이 바깥을 향합니다. 필리핀 교사는 국내 학교뿐 아니라 아시아와 중동으로 나가는 수출 인력이기도 합니다. (관련글: 아웃소싱 동남아가 뜬다···아웃소싱 국가 순위 TOP 10)

의학·법학·교육학 1위는 그 나라가 지금 짓고 있는 제도를 가리켜

말레이시아의 1위는 의학으로 적혀 있습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중상위 소득 국가이고, 정부는 자국을 동남아시아 의료 관광 허브로 밀어 올리는 중입니다. 병원 인프라와 합리적인 치료비가 주변국 환자를 불러들입니다. 의사는 명예와 소득을 함께 주는 직업으로 꼽힙니다.

태국은 법학입니다. 제조업과 관광업이 이미 궤도에 올라 경제 시스템의 복잡도가 아세안에서도 높은 편입니다. 계약과 지식재산권, 세법, 노동법이 기업의 생존을 가릅니다. 공무원과 사법 관료로 진입해 신분과 안정을 얻으려는 오랜 선호도 여기에 겹칩니다.

동티모르는 교육학입니다. 2025년 10월 26일 아세안의 열한 번째 회원국이 된 막내입니다. 오랜 분쟁을 지나 국가를 처음부터 세우는 단계에 있습니다. 문해율을 올리고 공교육 체계를 세우는 일이 다른 무엇보다 앞섭니다. 교사를 길러 내는 전공이 국가적으로 가장 큰 값을 받는 셈입니다.

동남아 인기 학과 1위는 나라마다 다른 것을 센 숫자

순위를 매기려면 무엇을 셀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재학생 수인지, 신입생 지원자 수인지, 졸업생 수인지에 따라 1위가 바뀝니다. 시아시아 스탯츠의 집계는 산정 기준도 기준 연도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각국 정부 통계와 나란히 놓아 볼 이유가 생깁니다.

인도네시아를 대보면 차이가 곧바로 드러납니다. 고등교육 데이터베이스(PDDikti) 집계에서 학문 계열별 규모는 교육학이 가장 크고, 경제·경영이 그 뒤를 잇습니다. 공학은 세 번째입니다. 단일 전공으로 좁히면 경영학이 가장 많은 학생을 모읍니다. 공학 1위라는 표기와는 다른 그림입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1위도 각국 고등교육 통계에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두 나라 모두 등록 규모가 가장 큰 쪽은 경영·행정 계열입니다. 의학과 법학은 정원이 좁게 관리되는 전공입니다. 선망의 크기와 학생 수의 크기는 같은 자로 재지 않습니다.

필리핀처럼 정부 통계와 맞아떨어지는 항목도 있습니다. 순위표를 통째로 버릴 이유는 없다는 뜻입니다. 1위라는 한 단어 안에 서로 다른 계산이 섞여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됩니다.

이 순위를 인력 지도로 쓰기 전에 확인할 것

한국 기업이 동남아에 생산 기지나 연구 거점을 놓을 때 이런 순위표를 참고합니다. 여기서 오차가 끼어듭니다. 인도네시아를 공학 인력이 넘치는 나라로 읽고 들어가면, 채용 시장에서 실제로 만나는 것은 경영·교육 전공자의 두꺼운 층입니다. 엔지니어를 구하는 비용을 낮게 잡게 됩니다. (관련글: 인도네시아 최고 인기 학과는? 인도네시아 대졸자 분석)

유학이나 진로를 재는 쪽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확인할 항목은 세 개로 좁혀집니다. 이 순위가 무엇을 셌는지, 기준 연도가 언제인지, 같은 항목이 그 나라 정부 통계에도 남아 있는지. 세 개가 다 맞으면 그때 지도로 써도 늦지 않습니다.

청년들이 노동시장의 신호를 읽고 전공을 고른다는 말은 여전히 맞습니다. 다만 한 나라의 1위 전공은 그 나라에 이미 쌓인 것을 보여줄까요, 아직 비어 있는 것을 보여줄까요. 동티모르의 교사와 싱가포르의 엔지니어는 서로 다른 대답을 내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