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학생이 수학 문제를 만나면 공책이 아니라 스마트폰 카메라를 먼저 듭니다. 문제를 찍으면 몇 초 만에 풀이가 뜹니다. 이 장면이 인도네시아 에듀테크 시장의 성격을 압축합니다. 세계 4위 인구 대국에 5천만 명대의 학생, 여기에 인도네시아 인터넷협회(APJII) 집계로 2025년 80%를 넘긴 인터넷 보급률이 겹치며 동남아에서 가장 큰 교육 기술 실험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인도네시아 에듀테크 AI 시장 현황
카메라로 푸는 나라의 에듀테크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학습은 PC가 아니라 스마트폰에 쏠려 있습니다. 그래서 글자를 입력하는 방식보다, 카메라로 문제를 찍어 인식하는 이미지 기반 AI 문제풀이가 트래픽의 큰 몫을 가져갑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범주의 상위권입니다. 인도네시아 구글플레이 교육 차트 상단을 오래 지킨 앱 가운데 하나가 한국 매스프레소(Mathpresso)의 콴다(QANDA)입니다.
사진 한 장을 문자로 인식해 몇 초 만에 풀이를 내놓는 이 서비스는 인도네시아에서만 월 사용자 수백만 명대를 기록했습니다. 현지 시장을 현지 기업끼리만 나눠 갖고 있다는 인상과는 다릅니다. 이미지 문제풀이라는 가장 붐비는 문 앞에, 외국 앱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던 셈입니다.
공교육 쪽 변화도 기술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교육부의 독립 교육과정(Kurikulum Merdeka)이 들어오면서 학생마다 속도와 소질에 맞추는 차별화 학습이 중요해졌습니다. 한 방향으로 흐르던 인강은 뒤로 밀렸습니다. 학생의 취약점을 실시간으로 짚어 내는 적응형 학습 엔진이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1위·특화·어학, 세 갈래 전략
시장은 몇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모든 걸 끌어안은 대형 플랫폼, 하나는 한 과목에 파고든 특화 서비스, 마지막은 어학입니다. 각자 여는 문이 다릅니다.
| 기업 | 특화 영역 | 대표 AI 방향 |
|---|---|---|
| 루앙구루(Ruangguru) | 종합 플랫폼 | Roboguru — 사진 인식 문제풀이 |
| 코러닝(CoLearn) | 이공계(STEM) | Tanya — 단계별 풀이 도우미 |
| 짜캅(Cakap) | 어학 | 음성 기반 회화·발음 학습 |
| 자료: 각 사 공개 서비스 정보, 2026년 기준 | ||
세 기업은 종합·이공계·어학이라는 서로 다른 문을 열어 같은 시장에 들어섰습니다.
이 가운데 코러닝은 최근 방향을 틀었습니다. 원래는 문제를 찍으면 곧바로 단계별 풀이를 건네는 서비스였는데, 2026년 새 버전은 순서를 뒤집었습니다. 학생이 아는 만큼을 먼저 손으로 써 내야 하고, 완전히 막혔을 때만 힌트를 하나 줍니다. 즉답을 파는 대신 스스로 풀게 하는 쪽으로 옮겨 간 것입니다. AI 문제풀이의 가장 큰 매력이던 ‘빠른 정답’을 회사가 스스로 눌러 둔 결정입니다.
제니우스가 남긴 냉혹한 교훈
화려한 기술이 곧 생존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도네시아 에듀테크 시장은 이미 한 번 크게 배웠습니다. 2024년 1월, 20년 역사의 제니우스(Zenius)가 운영을 멈췄습니다. AI 튜터 기능과 게임화한 기초 진단 도구를 갖췄고, 오프라인 대형 학원 체인 프리마가마(Primagama)까지 인수해 온·오프라인을 묶었던 회사입니다. 사용자는 1,600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그 사용자를 돈으로 바꾸지 못했습니다. 팬데믹이 끝나고 학생들이 대면 수업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사이, 인수로 떠안은 고정비가 회사를 눌렀습니다. 추가 투자와 매각 시도도 기한을 넘기며 무산됐습니다. 기술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수익 모델과 자본 효율이 받쳐 주지 못해 무너진 사례입니다.
남은 두 과제도 결이 비슷합니다. 하나는 인프라 격차입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자바섬 도시에 몰려 있어, 외곽 도서 지역에서는 대용량 생성형 AI를 원활히 돌리기 어렵습니다. 다른 하나는 낮은 결제력입니다. 학생 수는 방대하지만 개별 가정이 유료 구독에 지갑을 여는 선은 낮은 편입니다. 무료 문제풀이만 쓰다 빠져나가는 이용자가 많아, 유료 전환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습니다.
돌파구는 교실 밖 계약
B2C의 벽이 분명하니, 기업들은 눈을 큰 계약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수천 개 학교를 거느린 대형 종교 사립 교육재단, 이를테면 무하마디야(Muhammadiyah)나 주 정부 교육청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쪽입니다. 한 건이 개별 구독 수만 건을 대신하니, 매출의 무게중심이 옮겨 갑니다.
기술 방향도 이 흐름을 따라갑니다. 저사양 스마트폰과 느린 회선에서도 돌아가는 초경량 언어 모델(sLLM), 그리고 인터넷이 끊겨도 작동하는 캐싱 구조가 관건으로 떠올랐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거대 모델이 놓치는 현지 맥락과 지방어를 담은 인도네시아어 특화 모델 경쟁이 붙었습니다. 인프라가 약한 곳을 기술로 메우는 방향입니다.
화려한 기술은 왜 생존을 못 지켰나
다시 처음의 장면으로 돌아가 봅니다. 카메라로 문제를 찍는 그 손쉬운 경험은 이 시장의 얼굴이지만, 얼굴이 곧 체력은 아니었습니다. 제니우스는 기술이 앞섰는데도 멈췄고, 코러닝은 가장 잘 팔리던 즉답 기능을 스스로 줄였습니다.
숫자마저 단단하지 않습니다. 성장한다는 방향은 뚜렷하지만, 시장 규모를 두고 조사 기관마다 2024년 30억 달러대부터 서로 다른 값을 내놓습니다.
AI의 완성도와 회사의 생존이 어긋나는 시장에서, 교실 안의 기술 경쟁이든 교실 밖의 계약이든, 어느 쪽도 안전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인도네시아 에듀테크 시장은 그 답을 쓰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