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교육의 두 얼굴: 사교육 열풍과 공교육의 한계

주택가 골목의 전신주마다 알록달록한 종이가 겹겹이 붙어 있습니다. ‘GURU PRIVAT’, 집으로 찾아가는 과외 교사를 구한다는 광고입니다. 인도네시아 사교육 시장의 크기를 묻는 질문에 시원한 답이 나오지 않는 까닭도 여기에 있는데, 이 전단지 한 장이 어느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거래이기 때문입니다.

담벼락 전단지가 남긴 단서

시장 규모부터 흔들립니다. 아이마크 그룹(IMARC Group)은 2024년 인도네시아 에듀테크 시장을 약 32억 달러로 추산했고, 2033년까지 연평균 11.79%씩 자란다고 내다봤습니다. 민간 리서치의 추정치입니다. 방문 과외처럼 현금으로 오가는 거래는 어떤 조사에도 포착되지 않기 때문에, 조사 기관이 무엇을 시장에 넣고 무엇을 빼느냐에 따라 발표되는 규모가 몇 배씩 벌어지는 편입니다.

공급은 세 갈래로 갈립니다. 방과 후 종합학원인 빔블(Bimbel), 가정을 방문하는 개인 과외 레스 프리밧(Les Privat), 스마트폰 앱 기반의 온라인 강의입니다. 값은 빔블, 레스 프리밧, 앱 강의 순서로 낮아집니다. 가네샤 오퍼레이션(Ganesha Operation)이나 프리마가마(Primagama) 같은 대형 브랜드가 전국망을 깔아 둔 사이 앱 강의는 지방과 서민층으로 파고들었는데, 세 갈래가 각각 얼마를 차지하는지 알려 주는 공개 집계는 아직 없습니다.

학원비는 최저임금을 따라 올라

부담의 크기는 소득과 견줘야 보입니다. 통계청(Badan Pusat Statistik)이 집계한 2024년 가구 교육비는 학년이 오를수록 가팔라집니다. 대학에서 한 번 벌어집니다.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넘어가는 한 단계에서 교육비가 약 1.9배로 뜁니다.

학교급자녀 1인당 연간 교육비원화 환산
초등학교456만 루피아약 37만 원
중학교734만 루피아약 59만 원
고등학교1,019만 루피아약 82만 원
대학1,901만 루피아약 153만 원
자료: 인도네시아 통계청(BPS), 2024년 기준 · 원화 환산은 2026년 7월 말 환율(1원≈12.4루피아) 적용

자카르타(Jakarta)의 2026년 최저임금은 월 573만 루피아입니다. 약 46만 원입니다. 고등학생 자녀 한 명의 연간 교육비를 이 임금에 대 보면 두 달 치 급여에 가깝고, 최저임금이 가장 낮은 자바 중부의 230만 루피아를 기준으로 잡으면 넉 달 치를 넘어섭니다. 입시 막바지에는 간격이 더 벌어집니다. 업체가 공시한 단기 합숙 캠프 수강료는 1,450만 루피아에서 5,350만 루피아 사이에 형성돼 있는데, 가장 비싼 쪽은 자카르타 최저임금으로 아홉 달을 모아야 닿는 금액입니다. (관련글: 인도네시아 교사 월급이 라오스보다 적다?···동남아 교사 급여 순위)

오르는 속도도 문제입니다. 빈곤 가구의 월 교육 지출은 2021년 62,254루피아에서 2024년 89,223루피아로 43%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이 계층의 식비 증가율은 30%에 머물렀으니, 교육비가 먹는 문제보다 빠르게 오른 셈이고 소득이 얇을수록 이 차이는 곧바로 다른 지출을 깎는 압력으로 돌아옵니다.

인도네시아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문과외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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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도장과 수업은 달라

지각과 무단결근을 막겠다며 여러 지방 교육청이 출퇴근 앱을 도입했습니다. GPS 위치와 얼굴이 담긴 셀카로 출근을 인증하는 방식입니다. 공무원 신분 교사에게는 e-Kinerja가, 교원 정보 조회에는 Info GTK가 따로 돌아가고 여기에 지역별 앱이 겹쳐 있어서, 전국이 하나의 체계로 묶여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측정 지점은 교문 앞에 머뭅니다. 교실은 그다음입니다. 출석률은 교사 수당 지급 요건과 연동돼 보통 75~80% 이상을 요구합니다. 인증을 마친 뒤 교실에서 실제로 수업이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서, 앱이 끌어올린 것은 출근 기록의 정확도이고 수업 시간의 밀도는 여전히 다른 문제로 남습니다.

근거로 삼을 숫자도 낡았습니다. 전국 단위 교사 결근 조사는 2003년 19%, 2014년 9.8%라는 두 지점에서 멈춰 있습니다. 그 뒤로 없습니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2017년 정리한 자료에서 오지 학교 교사 다섯 명 중 한 명이 자리를 비운다고 한 대목도 2014년 조사에 기대고 있으니, 오늘의 교실을 말하면서 12년 전 숫자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사교육이 자란 자리

계약직 교사(Guru Honorer)의 급여표를 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IDEAS(Institute for Demographic and Poverty Studies)와 돔펫 두아파(Dompet Dhuafa)가 2024년 5월 교사 403명을 조사한 결과, 계약직 교사의 74.3%가 월 200만 루피아 미만을 받고 있었습니다. 약 16만 원입니다. 20.5%는 50만 루피아에도 못 미쳤습니다.

생계는 급여 밖에서 채워집니다. 응답한 교사의 55.8%가 부업을 두고 있었고 그중 39.1%가 과외나 학원 강의를 골랐으니, 학교에서 받지 못한 몫을 방과 후 수업에서 메우는 경로가 가장 넓게 열려 있는 셈입니다. 빚도 따라옵니다. 79.8%가 대출을 안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표본 403명의 온라인 조사이고 응답자의 4분의 3가량이 자바섬에 몰려 있어, 전국 평균으로 읽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정부도 손을 대고 있습니다. 2025년부터 비공무원 교사의 직무수당이 월 200만 루피아로 올랐고, 무자격 계약직에게 주던 지원금은 2026년 30만에서 40만 루피아로 늘었습니다. 수당은 교원 연수 과정을 마친 사람에게만 돌아가는 데다 기본급에는 전국 기준 자체가 없어서, 인도네시아 사교육이 커지는 속도를 교사 처우 개선이 따라잡는 그림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중퇴율은 왜 이렇게 낮을까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이 쏟아진다는 인상은 통계와 어긋납니다. 2024/2025학년도 중퇴율은 초등 0.09%, 중등 0.54%, 고등 0.86%였습니다. 1%를 넘지 않습니다. 초중등교육부(Kemendikdasmen) 집계로도 2025/2026학년도 중퇴 학생은 58,623명이었는데, 이 숫자는 학기 중에 학적을 놓은 경우만 세기 때문에 상급 학교에 아예 등록하지 않은 아이들은 여기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빠져나가는 지점이 다릅니다. 7~18세 미취학 아동은 400만 명을 넘습니다. 2021년 조사에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이유로 노동이 33.1%, 비용이 22%를 차지했고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응답도 19.36%였습니다. 여기에 2025년 기준 10~23세 재학생의 40.76%가 일을 병행한다는 집계까지 겹치면, 중퇴율이 낮게 잡히는 교실 안에도 노동과 학업 사이에서 버티는 학생이 이미 상당수 앉아 있다는 뜻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