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한 사람이 한 달 동안 먹고 마시는 데 쓰는 돈은 평균 Rp804,430입니다. 한화로 약 6만 8천 원 안팎입니다. 주거비도 교통비도 뺀, 순수하게 식음료에만 들어간 액수입니다. 그런데 이 장바구니를 품목별로 펼쳐 보면 순서가 묘합니다. 주식인 쌀이 담배보다 뒤에 놓여 있습니다. (자료: Survei Sosial Ekonomi Nasional (Susenas, 2025.9))
인도네시아 가계 식비 지출 분석
담배 한 갑이 쌀보다 앞에
2025년 9월 기준, 담배와 연초에 쓴 돈은 1인당 월 Rp95,479입니다. 쌀과 곡물류는 Rp93,230에 그쳤습니다. 차이는 한 달 Rp2,249. 큰 액수는 아닙니다. 그런데 방향이 문제입니다. 가구의 생존에 직결되는 주식이 기호품 뒤로 밀린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전국 평균은 그렇고, 지역을 갈라 보면 그림이 더 또렷합니다. 농촌에서는 담배(Rp99,705)와 쌀(Rp99,607)이 거의 붙어 있습니다. 반면 도시에서는 담배가 Rp92,645, 쌀이 Rp88,955로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집니다.

담뱃값은 가계가 쪼들려도 잘 줄지 않습니다. 정부가 담배 소비세(Cukai)를 해마다 올려도 소비량은 크게 꺾이지 않았습니다. 인도네시아 성인 남성 흡연율은 오래전부터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혀 왔습니다. 특히 정향을 섞은 크레텍(kretek)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저소득 가구일수록 가장의 담배가 자녀 영양보다 먼저 자리를 차지하는 경향이 보고됩니다. 그 비용은 영양 불균형과 아동 발달 저해(Stunting)라는 사회적 청구서로 되돌아옵니다.
인도네시아의 부엌은 점점 집 밖으로
식음료 지출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한 건 가공·완제 식음료입니다. 1인당 월 Rp261,543, 전체 식비의 32.5%에 해당합니다. 나머지 열세 개 품목을 다 합친 무게와 맞먹는 규모입니다.
| 품목 | 1인당 월 지출(Rp) | 식음료 지출 내 비중 |
|---|---|---|
| 가공·완제 식음료 | 261,543 | 32.5% |
| 담배·연초 | 95,479 | 11.9% |
| 쌀·곡물류 | 93,230 | 11.6% |
| 채소류 | 64,264 | 8.0% |
| 수산물(어패류) | 62,444 | 7.8% |
| 달걀·우유 | 42,463 | 5.3% |
| 과일류 | 41,328 | 5.1% |
| 육류 | 41,284 | 5.1% |
| 음료 재료 | 23,910 | 3.0% |
| 식용유·코코넛 | 21,921 | 2.7% |
| 견과류 | 16,486 | 2.0% |
| 조미료 | 16,241 | 2.0% |
| 기타 식품 | 13,381 | 1.7% |
| 구황작물(서류) | 10,456 | 1.3% |
| 식음료 합계 | 804,430 | 100.0% |
| 자료: 인도네시아 통계청(BPS) 2025년 9월, 도시+농촌 1인당 월평균 | ||
재료를 사다 직접 끓이기보다 길거리 와룽(Warung)에서 한 끼를 사 먹고, GoFood나 GrabFood로 저녁을 시키는 일상이 숫자에 그대로 박혀 있습니다. 도시 골목마다 들어선 와룽과 늦은 밤까지 도는 배달 오토바이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도시에서는 이 항목이 Rp304,565까지 올라가고, 농촌에서는 Rp197,376에 머뭅니다. 부엌이 바깥으로 나가는 흐름은 도시가 끌고 있는 셈입니다. 맞벌이가 늘고 도시화가 빨라질수록 조리는 분업화됩니다. 배달 플랫폼과 프랜차이즈, 편의점 간편식이 내수 경제에서 차지하는 자리도 그만큼 넓어집니다.
신선식품은 담배 절반의 자리에 머물러
채소(Rp64,264)와 수산물(Rp62,444)이 중위권을 형성합니다. 삼면이 바다인 섬나라답게 수산물이 육류를 앞섭니다. 달걀·우유(Rp42,463), 과일(Rp41,328), 육류(Rp41,284)는 거의 같은 높이에 모여 있습니다. 셋 다 담배 지출의 절반을 조금 넘는 데서 멈춥니다.
육류가 수산물보다 낮은 데는 종교와 가격이 함께 작용합니다. 무슬림 인구가 다수라 돼지고기 소비가 제한되고, 소고기는 비싸 닭고기로 소비가 쏠립니다. 소득이 늘며 단백질 소비가 느는 건 맞습니다. 다만 신선 단백질과 과일이 가공식품·담배라는 기호·편의 묶음에 계속 자리를 내주는 한, 질적인 영양 수준은 천천히 움직입니다.
이 격차를 시장으로 바꿔 읽는 쪽도 있습니다. 육류, 유제품, 건강기능식품은 소득이 오를수록 가계가 먼저 손을 뻗는 칸입니다. 같은 장바구니라도 도시와 농촌, 소득 계층에 따라 그 안의 우선순위는 다르게 채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