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11개국 대표 차(Tea) 브랜드 완전 정리

차나무 한 그루의 생사는 기후가 정합니다. 하지만 어떤 차 브랜드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에 올라서는가는 산업 구조와 식문화가 결정합니다. 동남아시아 11개국이 내세우는 대표 브랜드를 한 줄로 나란히 늘어놓고 보면, 의외로 그 안에 다원 면적과 교역 위치, 식탁의 풍경이 압축돼 있습니다.

생산국이 빚어낸 국민 음료의 얼굴

인도네시아 소스로(Sosro)가 1969년 세계 최초로 병에 담긴 재스민 차를 내놓을 때, 사실상 새로운 시장 하나가 통째로 열렸습니다. 탄산음료가 휩쓸던 자카르타 식탁 옆자리에 차가 들어선 셈입니다. 같은 결로 태국 차트라뮤(ChaTraMue)는 1945년부터 진한 홍차에 향신료와 연유를 더하는 레시피를 굳혔고, 이 한 잔이 곧 ‘타이 밀크티’라는 보통명사가 됐습니다.

국가대표 브랜드
인도네시아통지(Tong Tji), 소스로(Sosro)
말레이시아보(BOH), 카메론 밸리(Cameron Valley)
싱가포르TWG 티(TWG Tea), 그리폰 티 컴퍼니(Gryphon Tea Company)
태국차트라뮤(ChaTraMue), 라민 티(Raming Tea)
베트남코지(Cozy), 푹롱(Phuc Long)
필리핀차 라야(TSAA LAYA), 네이처스 아포테케리(Nature’s Apothecary)
브루나이사블리스(Sabli’s), 브루(BRUU)
캄보디아콘피렐(Confirel), 티리셔스(Tealicious)
라오스볼라벤 우롱티(Bolaven Oolong Tea), 라오 마운틴(Lao Mountain)
미얀마타우 윈 칸바우자 마운틴(Taw Win Kanbawza Mountain), 양곤 티하우스(Rangoon Tea House)
동티모르티모르 티(Timor Tea)

생산국이 가진 무기는 단순합니다. 재배지가 가깝고 원료 단가가 낮으니 대중 가격대가 성립합니다. 말레이시아 보(BOH)는 1929년 카메론 하이랜드 다원에서 출발해 거품을 낸 테 타릭(Teh Tarik)의 기본 베이스로 자리를 잡았고, 베트남 푹롱(Phuc Long)은 람동 성 바오록에서 시작해 젊은 세대의 밀크티 트렌드를 잡아챘습니다. 다원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다원에서 충분한 물량이 매일 풀린다는 것이 한 브랜드를 ‘국민 음료’로 밀어 올리는 가장 굵은 동력입니다.

인도네시아 차음료 소스로
인도네시아 차음료 소스로

농장 없는 싱가포르가 럭셔리를 고른 이유

싱가포르에는 다원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TWG 티(TWG Tea)는 2008년 출범과 동시에 전 세계 고급 호텔과 백화점에 입점했습니다. 로고에 박힌 ‘1837’은 회사 설립 연도가 아니라 싱가포르 상공회의소가 세워져 차 교역이 본격화된 해입니다. 생산이 아니라 교역과 가공으로 가치를 만든다는 정체성을 숫자 하나에 새겨 놓은 셈입니다.

그리폰 티 컴퍼니(Gryphon Tea Company)도 같은 문법 위에 섰습니다. 100년 가까운 차 수입상 림라밍(Lim Lam Thye)의 후손이 2006년 세운 블렌딩 브랜드인데, 아시아 허브와 서구 차 문화를 잘라 붙이는 작업 자체가 상품입니다. 농지가 부족한 도시국가가 차 시장에서 살아남는 거의 유일한 방식이 고부가가치 블렌딩과 패키지 디자인입니다. 같은 찻잎이라도 어디서 누가 다듬느냐로 값이 갈립니다.

식문화가 다르면 브랜드 색깔도 달라져

미얀마에선 차를 마시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라펫(Lahpet)은 찻잎을 발효해 샐러드처럼 먹는 음식입니다. 타우 윈 칸바우자 마운틴이 샨(Shan) 주에서 길러내는 잎은 음료용 녹차이자 라펫의 원료가 됩니다. 양곤 티하우스(Rangoon Tea House)가 라펫예(Laphet-ye) 농도를 수십 가지로 쪼개서 내놓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마실 거리 이상의 자리를 차지하는 음료에는 그만한 디테일이 따라붙기 마련입니다.

필리핀은 또 다릅니다. 차나무가 아닌 깔라만시, 판단(Pandan), 레몬그라스 같은 현지 허브로 차산(Tisane)을 만드는 차 라야(TSAA LAYA)가 대표 자리에 있습니다. 캄보디아 콘피렐(Confirel)이 팔미라 야자수와 약용 허브로 묶이고, 라오스 볼라벤 우롱티가 해발 1,000미터 화산재 고원의 유기농을 내세우는 흐름도 결이 같습니다. 차나무가 부족한 자리는 자국 식물군이 메웁니다. 동티모르 티모르 티가 소량 수작업 유기농으로 유럽 프리미엄 시장의 작은 틈을 노리는 전략도 같은 계산입니다.

브랜드 로고 옆에 적힌 한 줄짜리 설명, 회사가 강조하는 연도, 메뉴판 가장 위에 올라간 한 잔. 이런 디테일이 한 나라가 차와 맺어 온 관계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