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도서관이 가장 많은 나라? 동남아 공공도서관 순위

동남아 공공도서관 수치를 보다가 한 줄에 멈췄습니다. 베트남 6,691개, 싱가포르 23개. 두 숫자가 같은 표 안에 들어 있는 게 어색합니다. 같은 ‘도서관’이라는 단어를 두 나라가 거의 다른 사물로 떠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에서 도서관은 마을 단위 공동체 시설에 가깝고, 싱가포르에서는 쇼핑몰 안 디지털 허브에 가깝습니다.

베트남이 6,691개에 도달한 두 장치

하나는 행정망의 촘촘함입니다. 베트남은 코뮨(읍·면·동 단위)과 그 아래 마을 단위까지 중앙 행정이 닿아 있고, 지역마다 문화 하우스(Nhà văn hóa)라 부르는 공동체 시설이 들어섭니다. 그 안에 놓인 간이 도서관·독서실도 공공도서관 통계로 잡힙니다.

순위국가공공도서관 수 (개소)
1베트남6,691
2태국2,116
3말레이시아1,392
4필리핀1,224
5캄보디아1,100
6인도네시아1,062
7라오스41
8싱가포르23
9브루나이9
10동티모르2
11미얀마1
기준 OCLC 집계. 학술·학교·기업 도서관은 제외.

또 하나는 2019년 베트남 도서관법입니다. 마을 단위까지 도서관 설치를 의무로 규정하면서, 정량 목표가 인프라 숫자로 그대로 환산됐습니다. 6,691이라는 수치는 그 환산의 결과물입니다.

규모 격차는 더 분명합니다. 2위 태국 2,116개의 세 배가 넘고, 동남아 전체 공공도서관의 절반 이상이 베트남 한 나라에 모여 있습니다. 캄보디아 1,100개와 인도네시아 1,062개를 합쳐도 베트남의 3분의 1에 못 미칩니다. 한 나라의 행정 의지가 이만한 격차로 드러나는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베트남 하노이 시립도서관
베트남 하노이시립도서관

1,062개와 23개를 같이 읽으면 안 되는 이유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7천만의 대국이자 수만 개 섬으로 흩어진 군도 국가입니다. 공식 공공도서관 1,062개라는 수치는 한 사람이 도서관에 닿을 확률이 매우 낮다는 뜻처럼 들립니다. 체감은 다릅니다. 인도네시아 전역에는 마을 독서 정원(Taman Bacaan Masyarakat, TBM)과 사원(Masjid) 안 소형 도서관 수천 개가 따로 운영됩니다. 국제 표준 집계에서 이 인프라가 빠지면서 통계 숫자가 실제 접근성보다 작게 잡힌 셈입니다.

싱가포르 23개는 정반대 이야기입니다. 도시국가 한 곳의 면적을 생각하면 절대 수가 적은 게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국립도서관위원회(NLB)가 운영하는 23개의 위치를 보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쇼핑몰 안, 지하철 환승역 옆, 시민 동선의 한복판. NLB는 출퇴근길과 점심시간 동선에 맞춰 도서관을 배치합니다. 모바일 앱 전자책 대출, 24시간 무인 반납, 디지털 아카이빙이 더해지면서 1인당 이용 만족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힙니다.

도서관 수 1위는 베트남이지만, 1인당 접근 효율을 척도로 잡으면 순위표는 다시 짜입니다. ‘도서관이 가장 많은 나라’와 ‘도서관에 가장 잘 닿는 나라’는 동남아에서 같은 나라가 아닙니다.

라오스 이하 4개국의 두 가지 부족

라오스 41개, 브루나이 9개, 동티모르 2개, 미얀마 1개. 이 구간의 수치는 도서관 정책의 결과보다 정책 부재의 그림자에 더 가깝습니다. 인프라가 모자란 데다 통계 보고 체계 자체가 흔들리는 경우도 섞여 있습니다.

동티모르의 2개는 21세기 들어 독립한 신생국이 도로·수도·전기 같은 기초 인프라부터 챙긴 결과입니다. 도서관은 그 뒤로 밀립니다.

미얀마의 1개는 더 무겁게 읽힙니다. 과거 미얀마에는 사원 도서관과 소규모 독서실이 전국에 흩어져 있었지만, 군부 통치와 최근의 내전이 길어지면서 통계 보고 체계가 무너졌습니다. ‘1개’라는 수치는 도서관이 한 곳만 남았다기보다 신뢰할 만한 보고가 한 건만 집계됐다고 읽는 편이 사실에 가깝습니다.

1위와 11위 사이에 끼어 있는 정의들

여기서 질문이 따라옵니다. 도서관 인프라를 가늠할 때 ‘몇 개’라는 숫자만으로 충분한가. 1인당 장서 수, 인구 1만 명당 도서관 면적, 디지털 서비스 예산 비율, 비공식 마을 도서관을 포함한 실제 접근망을 같이 놓고 보면 동남아의 도서관 지도는 다시 그려집니다.